지난 7일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에서 김치를 주재료로 한 독창적 요리를 선보이는 경연대회 '김치 쿡오프'가 열렸다.

미국의 명문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주최하고 식품기업 대상이 후원한 경연대회에는 미 전역에서 약 320명이 다채로운 김치 요리 레시피를 출품했다.

주최 측은 온라인으로 레시피와 요리 사진·동영상을 평가하는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 8명을 결정했고, 이날 대회에는 이들이 나와 현장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심사위원들 앞에 내놨다.

심사위원장인 CIA의 인증 마스터셰프인 브래드 반스는 김치를 단순히 재료로 쓰는 차원이 아니라 "김치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요리"가 주요 심사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태 맛과 풍미, 그리고 요리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도 평가의 잣대가 된다고 주최 측은 귀띔했다.
행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렸지만 출전자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왔다.

콜로라도·텍사스는 물론 동쪽 반대편의 뉴욕에서도 왔고, 한인이나 입양된 한인은 물론, 백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인, 베트남계 미국인 등 인종적으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김치란 요리의 맛과 영양, 건강함이 이처럼 저마다 문화적·민족적 뿌리가 다른 사람들을 모이게 한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1등상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여성인 칼로타 브래들리에게 돌아갔다. 푸에르토리코와 싱가포르, 미국 콜로라도 등지로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 브래들리는 모국인 남미의 음식 유산과 한국 전통 요리를 결합한 '종 김 김치 스택'이란 요리로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브래들리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식당을 열어서 사람들한테 김치를 소개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김치를) 중국 것으로 생각하는데 김치는 한국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2등상은 입양인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브룩 지인 뉴매스터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날 행사를 '김장날'에 비유했다. 김장날이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 모여서 공동체와 함께하면 우리 자신보다 더 위대한 것을 만들 수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그러나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이날 즐겁게 행사에 참가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