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하는 걸 보게 되었다. “당신에게 주어졌던 인생의 순간 중 신의 한 수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사람의 대답은 자기가 선택했던 직업, 그래서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나도 방송 보는 걸 잠시 중단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신의 한 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그 신의 한 수는 내가 갑자기 선택한 결정으로 아이들을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인 것 같다. 세 아이를 낳은 엄마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일들이 그때그때마다 처음 겪는 일인데다 이곳도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이들을 지키느라 애썼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잘 성장했고 이제 나는 혼자 남아서 독수리가 되어 이미 날아간 아이들의 빈 자리를 바라본다. 간혹 나이 들어 서글픈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왔던 나의 선택이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큰 자리를 하고 있는 첫번째 신의 한 수가 있다. 그건 남달리 내게 사랑을 쏟아부어주셨던 부모님이 계셨던 것이다. 그 사랑을 넘치도록 받은 탓에 혼자 어느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꿋꿋이 아이들을 지키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여자였는데… 혼자 와서 20여년이 넘도록 살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진정한 신의 한 수가 바로 그 부모님의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동안 ‘신의 한 수’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했다. ‘어떤 일을 처리하거나 해결하는 데에 매우 뛰어나고 기묘한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내가 말한 처음의 신의 한 수는 그 단어의 의미처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이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내게 주어진 환경이었고 그 덕분에 다음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을 내가 할 수 있었고 지금껏 살아갈 수 있었다. 남은 나의 인생에서도 과연 앞으로 또 다른 어떤 진정한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될지, 그 결정을 하게 될 어떤 일들이 앞으로 펼쳐질지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대하게 된다.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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