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에 올랐다. 산호세 남쪽으로 이사를 하면서 산이 가깝기를 기도했었다. 지금 집은 산 입구가 차로 1분 거리이다. 나가려고 마스크, 모자, 스마트워치, 양말, 운동화, 레깅스, 등산스틱, 이어폰을 챙긴다. 이 중에 하나라도 깜빡하고 준비를 안하면 대략 낭패이다. 신나서 하는 루틴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내 일상의 의무 같은 일이라 도착해서 혹시 이어폰이라도 안가져왔으면 ‘오호라 오늘은 관둘까’ 하는 마음이 순간 굴뚝같이 생긴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내게는 획기적인 문명의 축복이다. 이것만 끼면 지지부진하고 맨날 반복되는 지겨운 집안일이 상당히 할 만한 일들이 된다. 산에서는 그 어느 시간보다 집중이 되어 더욱 좋긴 한데 종종 가까이 온 자전거 소리를 늦게 듣는 게 문제이긴 하다. 한쪽만 껴야겠단 생각을 한다. 입구에 도착해서 오늘 하이킹에 동행해주실 유튜브 말씀을 찾는다. 요즘은 마스크를 껴서 혼잣말을 해도 눈에 띄지 않아 좋다. 걸으면서 큰소리로 통화를 하든 기도를 하든 노래를 하든 남의 시선에 부담이 많이 적어졌다. 마스크 때문이 아니라 내 나이가 ‘아줌마’여서 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들은 얘기 중에 사람 많은 지하철 안에서 자리를 쉽게 잡으려고 빈자리가 보이면 멀리서도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가면 다른 사람이 앉으려다가도 ‘아, 네’ 그러고 대부분 비켜준다고 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그러셨던 것 같다. 자리가 나면 굳이 옆자리까지 차지해서 사람 많은 공간에서 나를 큰소리로 부르셨다. 난 그게 어린 마음에 그렇게 부끄러웠었다. 나도 이제 그 ‘아줌마’ 나이가 되어 낯이 두꺼워졌다.
스틱을 안가져가도 낭패이다. 나는 스틱으로 소리를 많이 내며 걷는 편이다. 이유는 한가지이다. 뱀 때문이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매번 기겁을 하게 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기 뱀 있더라 알려주면 절대로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오늘도 땅을 탁탁 치며 네가 알아서 먼저 피해라 하면서 걸었다. 워치는 만보기 기능만을 쓴다. 나는 산책 수준으로 걸어서 한번 다녀와봤자 8천보 정도 된다. 한참 오르면 멀리 밀피타스까지는 보이는 것 같다. 한창 푸른 캘리포니아 겨울이라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비가 더 와야 하는데 하면서도 앞으로 한참 비소식이 없는고로 이 기회를 타 산이나 열심히 다니자 다짐을 하며 내려왔다.
<장아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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