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한국말을 영어로 바꿔 말할 때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나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영어사전을 뒤져도 내가 표현하려는 한국말과 비슷한 어의를 가진 단어가 없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가령 ‘호흡’이라는 한국말은 ‘숨쉬다’ 외에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많은 함의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영어로 ‘breath’라고 하면 그 뜻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내 제자들은 합의하에 내가 한국말로 ‘호흡’이라고 말하면 ‘살아 숨쉬는 느낌’, ‘생기 있는 느낌’을 표현하라는 말로 알아듣는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많은 의미있는 단어들이 우리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가령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웃는다. 그런 건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랑’이란 단어는 마치 종교에서만 쓰이는 단어처럼 그 뜻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없이는 이 허다한 서로의 허물을 덮어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단어가 가진, 이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지를 알까? 전쟁 속에서도,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돌보고 했던 가슴 따뜻한 많은 스토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풍요는 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덮어 버린다.
발레수업에는 바(Barre)라는 것이 있는데 몸의 중심을 잡는데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녀석이 좀 무겁다. 옮기려면 한두 명의 힘을 합쳐야 옮겨올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협동’이란 말이 떠오른다. 어릴 때 수없이 듣던 말. 서로서로 협동해서 큰 일을 이루어 나간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까마득하다. 힘을 합친다는 것은 그 힘을 가진 자들이 같은 마음을 형성할 때 즉, 한마음을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 그래서 값지다. 모두 뜻이 같을 수 없지만 이것이 일어나는 순간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결국 이 힘으로 기적을 이루지 않았던가?
이외에도 많은 단어들이 우리의 삶을 통해 빛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고귀한 단어들이 있다. 우리의 뼈에 새겨진 아름다운 단어들과 함께 다시 호흡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키를 돌리게 될 것이다.
<이미경(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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