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를 황금빛 섬광으로 물들인 화가 클림트, 오스트리아 빈 국제 공항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지 않았다면 빈을 떠나지 말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100년이 넘도록 지금껏 사람들에게 영원한 사랑의 이미지로 남아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 중에 하나인 “키스(The Kiss, 1908)”는, 누구의 작품인지는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본 그림이다. 고흐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오를 만큼 우리에게도 친숙한 클림트의 “키스”가 최근 NFT(대체불가능 토큰)로 출시되었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궁은, 발렌타인 데이에 맞춰 고해상도로 발췌한 “키스”의 디지털 사본을 100x100개의 격자로 나눈 NFT로 판매했다. 꽃이나 초콜릿 대신 그림의 만분의 1을 선물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은 인기리에 소비되었지만, 작품의 가격이 1.8cmx1.8cm 조각에 1,850유로로 미화 2,100불을 호가한다.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불가능 토큰’으로 번역되는데,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과 거래내역이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blockchain)에 기록되기 때문에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하다. NFT 열풍이 불자 투자에 민감한 어느 분이 물었다고 한다. “그럼 NFT 작품을 사면 대체 뭘 받게 되나요?” 대답은 이러했다. “네, 아주 기다란 URL을 드립니다.”
미술계는 작품의 희소성에 대한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입장과, NFT의 인기가 과대평가됐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과연 NFT가 미술품 소장과 거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시장인지, 투기와 결합된 디지털 거품인지 아직 답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작업과정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전력을 모른 채 할 순 없다. NFT는 블록체인이 발현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거래 1건에 신용카드 거래 70만건의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탄소 발자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와 디지털의 변화는 우리 삶의 여러 단면을 바꿔놓고 있다. 전염병으로 숨쉬는 공기마저 억압이 된 우리의 생활 공간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복제된 NFT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metaverse)의 세상이 예견되는 시장의 논리와 인간의 욕망을 디지털로 반영한다. 물질이 탈물질이 되는 시대, 기표와 기의가 닿지 않는 세상, 인간과 문명이 진화한다는 것은 대지와 햇빛과 바람으로부터 더욱 멀어져 가는 일인 것 같다.
<신정은(SF 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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