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나치, 전쟁을 폭력적 환상 실연하는 장으로 여겨”
▶ 100년 전 독일에서도 참전 군인들이 폭력적 문화 형성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로 국제의용군이 몰려가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52개국 출신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의용군은 유럽 출신이 대다수지만 미국, 한국, 일본, 인도 등에서 건너간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인기 유튜버 출신인 이근 전 대위가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극우나 네오나치와 같은 극단주의 사상을 추종하는 세력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국제의용군이 새로운 파시즘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 서방 극우세력도 의용군 참여…"네오나치에 전투경험 제공"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토방위군 국제여단' 참여를 호소하자 세계 곳곳에서 호응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그렇게 모인 외국인 의용군은 52개국 출신 2만 명 정도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출신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네오나치나 백인 우월주의자 같은 극우 세력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독일 극우세력이 참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형태의 참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강제로 참전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마르티나 레너 독일 좌파당 의원은 "네오나치 활동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쌓는 것은 독일 정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뉴스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100년 전 독일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끔찍한 폭력을 경험한 군인들이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폭력적인 정치 문화를 형성해 히틀러의 부상을 초래한 역사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뒤 독일에서는 참전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의용군 조직(Freikorps)이 결성됐고, 이들은 규모가 축소된 정규군을 대신해 좌파 활동가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관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반공산주의자였지만 동시에 반공화국 성향도 띠고 있었다고 뉴스위크 일본판은 전했다.
나치당의 유력자 중에도 의용군 경험자가 많았다. 나치의 준군사 조직인 돌격대의 실질적 지휘관이던 에른스트 렘도 그 중 한 명이다.
독일 출신 역사학자 조지 모세는 병사와 의용군에 의해 형성된 '전쟁 체험의 신화'는 정적(政敵)을 비인간화해 그들의 전멸을 목적으로 하는 사고를 받아들이기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네오나치 그룹으로 알려진 아조프 연대가 지난달 25일 외국인 전투병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하자 이 조직의 공식 텔레그램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지로부터 참여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기 있는 네오나치 웹 채널 등을 통해 참전 정보를 교환한 뒤 유럽 각지에서 차량을 공유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고 WP는 덧붙였다.
WP는 "네오나치 추종 세력은 그들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는 시리아 용병으로 응수…전쟁 잔혹화 우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기 위해 몰려든 국제의용군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13일 새벽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있는 훈련장과 군사시설에 수십 발의 순항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도 이런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이 공격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단일 공격으로는 상당히 큰 인명피해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 시설에 외국 용병 훈련소를 설치한 뒤 용병을 교전 지역으로 보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무기와 장비들을 위한 저장고도 배치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 직후 이근 전 대위 사망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서방 언론은 집중 폭격이 이뤄진 곳이 야보리우의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라고 보도했지만 러시아는 이 시설이 '용병 캠프'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국제의용군 병력 훈련캠프 포격과 함께 시리아 등지에서 시가전에 숙달된 용병을 돈을 주고 끌어와 우크라이나 측 의용군에 맞서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참전 자원자가 1만6천 명에 달하며 대체로 중동 국가 출신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병사들을 데려올 가능성도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반군과 싸우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군의 장비 현대화를 지원하거나 비밀 사병조직 '와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분쟁에 개입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군사적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의용군과 용병의 대치를 두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상적으로 경도된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일부 네오나치 세력은 이 새로운 전쟁을 그저 자신들의 폭력적 환상을 실연해보는 장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전쟁 양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가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하면서 대중이 전쟁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SNS를 포함한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정보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전쟁의 신화화'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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