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0일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우리 곁을 떠났다. 책
는 그가 죽기 직전에 느낀 감정들과 마지막 시간까지 나누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영원한 인생의 숙제를 고찰하도록 이끌어 준다. 죽음이란 명제의 무거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그의 고백이 참 근사하다. 생을 마감하며 두려움의 감정을 넘어서는 감사함! 인생을 돌아보며 행복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회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교제.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보면 탁월한 신경과 전문의였던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그는 언제나 환자를 찾아가는 의사였다. 환자를 치료한다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애정 어린 눈으로 들어주었으며,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이 있었다. 그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비결은 바로 그런 사랑하는 시간에 있었다. 따뜻한 의사였던 올리버 색스.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문장들 속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하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정통 유대교 교육을 받고 자랐고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켰다. 두 분 다 의사였던 부모님과 가족들은 안식일 저녁에 키두쉬(kiddush 포도주로 행하는 축복의 의식)를 읊었고 식사 후에는 다 함께 기도를 낭송했다. 가족들은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었으며 신앙생활을 함께 나누는 작은 공동체였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평안함을 누릴 수 있었던 근원은 그의 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육체가 쇠약해지고 불편해질 때, 삶에 따뜻한 감사를 안고 ‘육체의 안식일’을 향해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6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맞이하는 안식일처럼 내가 할 일을 다 마친 뒤 안식일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지난 시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교제할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난 특권이었음을 나도 고백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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