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하면 서쪽도 위태” 러, 돈바스 함락시키면 전선 전국 확대 가능성

17일 함락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친러 반군이 장갑차를 타고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
함락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단칼에 거부했다.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길목인 이곳을 빼앗길 경우,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중서부 전선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리우폴 함락을 앞둔 러시아군은 동서남북으로 공세를 확대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력을 분산시키는 한편,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AP통신 등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 2,500명은 11㎢ 규모의 마리우폴 최대 제철소인 ‘아조우스탈’에서 결사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날 “오후 1시까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끝내 목숨을 건 저항을 택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ABC방송에 출연, “가능하다면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내려는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 의사는 없다”며 “도시(마리우폴)는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우리 군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결의와 달리 상황은 여의치 않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파괴로 마리우폴은 실질적으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완전한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다음 주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모두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팎의 비관적 관측에도 우크라이나가 마리우폴을 포기하지 않는 까닭은 이곳에 나라의 명운이 걸렸기 때문이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마리우폴은 동부 총공격의 ‘직전 단계’로 여겨진다. 러시아군은 이곳을 일단 장악한 뒤 친러 반군과 함께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동부 지역마저 러시아 손에 넘어간다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도 안심하지 못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돈바스를 손에 넣을 경우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동부) 전투는 전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다면 다시 서쪽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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