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랫말도 있음에랴. 그러나 난 이제 예순을 넘겼고, 100세 시대가 왔다는데 앞으로 20, 3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청장년기 때와는 다른 색깔의 고민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 것인가.
우연하게 난 지난 두 달간 베이지역을 떠나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머물며 노인복지센터에서 일을 했다. 한인양로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께서 어덜트 데이헬스센터를 시작하면서 내게 도움을 청하셨는데,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을 한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이제 아이들도 다 컸는데 집안에서 주부 노릇만 하기에는 아직 젊다는 생각으로 선뜻 나섰다. 주변 친구들은 잘 배워와서 베이지역에 우리가 그 같은 사업을 함께 하면 좋을 거라며 응원을 해줬다.
아침 일찍 어른들이 사시는 노인아파트에 들려 모셔오는 일로부터 시작하는 데이케어센터는 아침식사,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중간에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맨손 체조, 요가를 비롯해 간단한 영어를 배우는 시간도 있고, 윷놀이, 공던지기, 빙고 게임 등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즐겁게 웃는 시간이 풍성하다. 부부 혹은 혼자만 참석하기도 하는데 둥근 원탁에 둘러앉아 비슷한 나이의 공통사를 함께 나누는 마치 가족같은 분위기이다. 영양을 고려한 음식을 맛깔나게 제공하느라 항상 분주한 스탭들의 수고가 여간한 게 아니다.
나는 사무실에서 케이스매니저들과 소통하며 각종 소셜서비스 관련 일을 하는데, 집과 커뮤니티를 생활의 기본으로 두고 노년의 삶을 우울하지 않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노인복지센터의 근본 취지임을 알았다. 양로원이나 너싱홈으로 가기 이전, 두 발로 걷고 움직일 수 있는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한국문화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에 참석하시는 걸 보면서 앞으로의 내 모습을 미리 엿본다.
건강한 노년의 삶은 참으로 귀하지 않은가.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적당한 양의 음식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노인복지센터는 한인 커뮤니티의 자산일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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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김씨는 연세대에서 사회학,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사회사업을 공부했다. 부동산 일을 하다가 현재 소셜서비스 관련 일을 하며 기품과 고운 빛을 발하는 노년세대로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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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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