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텍사스주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초등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또 생명을 잃었다. 5월 14일 동부 버팔로의 인종혐오 총기난사 이후 꼭 열흘만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었다. 18살 생일을 기다려 총을 구입한 범인 살바도르 라모스는 자기 할머니의 얼굴에 총을 쏜 후 롭 초등학교 클래스 안까지 쳐들어가 4학년 초등학교 아이들과 두 교사를 사살한 주변 고등학교 학생이다.
희생된 교사 중 어마 가르시아(46)는 24년간 교사였던 네 아이들의 엄마였고 또 다른 선생 에바 미릴레스(44)도 17년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 왔고 대학을 졸업한 아이가 있는 엄마였다. 미릴레스의 남편은 같은 지역의 경찰이었으나 아내를 지키지 못했고, 이틀 후인 5월 26일 가르시아 교사의 남편은 슬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전해졌다. 생명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이제는 앞날을 가늠할 수도 없어졌다. 내일의 호흡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고의 진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소설 제목에 영감을 준 ‘존 던’의 시에는 “어느 사람의 죽음이라도 나를 작게 만든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와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고 묻지 말라/ 그것은 당신을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고 적혀 있다.
생명이 떠날 때, 그 생명이 차지했던 자리는 그의 빈 흔적으로 남는다. 그 빈 자리와 아픈 흔적을 기리는 의미로, 한 생명이 떠날 때마다 종을 울렸던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스페인의 독립을 위해 파시스트에 대항하여 싸우는 게릴라편을 위해 다리 폭파의 임무를 맡은 로버트 조던과 파시스트에게 무참히 유린당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스페인 소녀 마리아와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이상의 주인공도, 살생을 업으로 삼았던 악인들도 모두가 다 잃어버린 자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댓가(toll)’를 치러야만 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죄없는 생명들이 무엇을 위해 댓가를 치르며 이렇게 죽어가야 할까.
무모한 전쟁으로 아시안이란 이유로 또는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이제는 아직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시드는 어린 꽃봉오리들이 우리들을 상실감으로 절망에 빠지게 하고,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싶도록 위축시킨다. 얼마나 더 많은 종들이 울려야 할까, 꼭 대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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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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