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자리로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는 정직하고 힘든(까칠한) 피드백을 준 경험이 있는지 또는 사람을 해고한 경험이 있는지였다. 해고라는 말이 금기가 되어 있는 한국의 정서와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점에 기해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가야 하지라는 생각에 이 질문을 답하기가 난감했다.
하지만, 수년간 매니저의 역할을 해오면서 이것을 해봄과 안 해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팀원들이 골고루 성과를 내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꼭 발생한다. 한 직원은 채용 당시에는 잘 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약간의 챌린지가 있는 작업의 경우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다같이 해주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내 직원이니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같이 해주었으나 점점 이것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도와줄 수는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영역의 일이 있고 직원이 해야 하는 영역의 일이 있음은 분명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계속해주면서 이것이 습관이 되어 이런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나는 원망이 쌓였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랐다.
결국에 이런 직언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문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까칠한 피드백을 주면 큰일이 나고 수습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속으로만 분노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것이었다. 그걸 바꾸는 계기가 그 직원과의 1:1 미팅에서 또 내가 자기를 서포트 해주지 않는다는 언급을 하기에 나도 같이 일했던 사람 중에 너가 정말 힘들다라는 말을 털어놓았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내가 힘들다라는 표현은 모든 것을 받아주기 힘들다고 거절하는 완곡한 말이었다.
나도 정말 노력했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피드백은 어려웠던 상황을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어느 정도의 선이 적당한지 감도 잡히고 참여자의 기대치와 나의 기대치를 조절하게 되는 성장을 한 것 같다. 물론, 까칠한 피드백을 한다면서 아무 말이나 할 수는 없다. 그 말을 하고 건강한 사이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수준의 말이어야 하며 감정이 배제된 대화여야 한다.
수많은 이불킥을 통해 내가 왜 속 시원한 말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하며 남을 원망을 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나에게 있었다. 이 첫 허들을 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건강한 사회 관계를 위해 한번쯤 겪어야 하는 신고식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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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임주(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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