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현관문으로 들어오기 전 T자 통로 양쪽 그늘엔 공기정화에 탁월한 아이비 넝쿨숲이 우거져 있고, 햇볕 드는 양지엔 꽃나무들과 선인장들이 무성하다. 현관문을 열면 실바람을 타고 들어온 은은한 치자꽃나무 향기가 집 안에 감돈다.
그런데 그 현관문 통로에서 아들의 담배 피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달팽이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감각이 좀 무딘 아들의 신발 밑에서 달팽이들이 억울하게 희생된다. 바닥을 잘 쳐다보지 않고 셀룰러폰에만 눈길을 둔 아들의 무심함으로 인해 달팽이들의 수난이 이어졌다. 마치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찻길을 건너다 타이밍을 잘못 맞춰 차에 치이는 경우와 같다. 연체동물에 속한 달팽이는 어느 곤충보다 습기가 많아야 살아갈 수 있다. 습지를 찾아 이곳저곳 이동하는데 워낙 움직임이 느리다 보니 그만 사람 발밑에서 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그렇게 많았던 달팽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한 마리도 없다. 감쪽같이 다 사라졌다. 소수의 민달팽이들만 그늘 속이나 나무판자 밑에 숨어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그 이유는 너무 건조한 날씨 탓이다. 습기라곤 없는 지금 이곳 날씨는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태계에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앞뒤뜰에서 사람들 발밑에 밟힐 정도로 많았던 달팽이들이 몇 년 새 거짓말처럼 단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은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렁이들도 수난을 피할 수 없다. 은신하며 살던 뜰 안 지하에서 목이 말라 용하게 탈출해 지상으로 기어 나오지만 사방이 너무 건조해 살아갈 곳을 못 찾고 헤매다가 몸의 수분을 다 잃은 채 개미의 먹잇감이 되는 지렁이들을 자주 보곤 한다.
자연과 가까이 하고, 자연을 관찰하며 살다 보니 외면할 수 없는 자연의 현상에 민감해진다. 해가 갈수록 수천종의 미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으니 심각하다. 세상 위에 생명체들 중 천적도 있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공존을 위해 살아가는 것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호 균형이 깨지면 서로 위태로워진다. 2년 전만 해도 모기한테 물려서 무척 힘들었는데 이젠 모기도 사라졌다. 미물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사람들도 살기 힘들 것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위기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
권순연(주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