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나와의 인연은 태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태몽에 친할머니께서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타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복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편이다. 어떤 학생은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내가 매일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내 인맥에는 한복 분야의 명사들도 연결되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이셨던 고(故) 정정완 침선장님의 외손녀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다. 또 미국에서 한국 복식사가로 크게 활약하고 있는 김민지 박사는 이종사촌 언니의 대학교 과 후배가 되고 나의 초청으로 몬트레이와 카멜 지역에서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한복 인연에 날개를 달아주신 분은 한국에 계신 내게 하나밖에 없는 이모님이시다. 지금까지 배자를 포함, 한복 세 벌을 한국에서 맞춰 주셨는데 덕분에 말띠인 나는 이 한복들을 입고 날개돋힌 말처럼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학교와 주류 지역사회에서 한국의 복식미를 알리는 민간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2011년에는 아시아 미술 애호가 클럽(Asian Art Society of Monterey Peninsula)에 초청되어 한복을 입고 그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전통미술을 소개했고 2015년 몬트레이 시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세계 언어의 수도(Language Capital of the World)라는 다문화축제에서는 이모님께서 한국에서 맞춰 공수해주신 새 한복을 입고 문화전시부스와 한국 공연들을 소개하면서 많은 관중들의 주목과 큰 호응을 받았다. 레몬색 저고리와 산호색 치마 그리고 맑은 한국의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고름이 액센트를 주면서 깃 주변의 예쁜 자수들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행사장에서 완전 인기 최고였다! 작년 5월에 가장 큰 학교 행사 때도 이 한복을 입고 온라인으로 한복 접기(origami)를 가르쳤다.
한복 저고리 위에 입는 조끼인 배자는 이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꼭 맞춰주고 싶다고 나오라고 하셔서 2019년에 이모님이랑 한복집에 가서 직접 맞춰 온 것이다. 고급진 감에 정교한 디자인이 일품이다.
9월 9일 추석 전날에 이 배자를 양장 블라우스와 2019년 한국 방문 때 지하철역 한복가게에서 산 무릎 길이의 화려하고 풍성한 현대식 한복 둘레치마와 코디해서 입고 학생들에게 “퓨전 한복”을 선보였다. 동료 여자 선생님들은 이런 내 한복 차림을 보고 귀엽다고 난리다. 태몽에서 맺어진 한복과의 인연이 다양한 아름다움을 창출하면서 깊어지길 바란다.
<정혜선(몬트레이 국방외국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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