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 한참이다. 서울에서 나는 ‘차도녀’를 자처하던 직장여성이었다. 캘리포니아 오기 전에 말이다. 전국민 중 반이상이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 대도시에 사는 한국에서 온 나는 전반적으로 아웃도어, 정원 가꾸기, 일반 주택 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다. 17년차 캘리포니아 주민이 된 최근에서야 캠핑이 주는 깊은 맛을 깨우쳤다. 뭐니뭐니 해도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움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나온다. 비 오는 시기가 겨울에만 일정하고 일년 내내 따스한 날씨, 넓은 대지를 가진 환경이 주는 장점을 깨닫는 때야말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엊그제는 샤보 스페이스센터(Chabot space center) 뒷길을 따라 15마일 지점에 있는 앤서니 샤보 캠핑 그라운드(Anthony Chabot Camping grounds)를 다녀오면서, 30분만 차를 타고 가면 나타나는 적막함과 오롯함에 감탄을 자아내는 경험을 하고 왔다.
베이 산악회(Bay Alpine Club)라는 한인 모임을 알게 되었다. 슬렁한 회비 및 가입 절차(없음)가 마음에 들었다. 지인이 가까이 가는 산행에 초대해 주어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탄 행보였다. 일단 집에 있는 슬리핑백과 접이식 의자 두개를 들고 지인이 메시지로 보내준 행선지를 찾아갔다. 지인은 넉넉한 인심으로 그날 캠핑장을 빌려두고, 불을 지펴 놓고 기다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산악회 회원 중 한명이 아침 일찍 토말레스 베이(Tomales Bay)에 가서 싱싱한 굴을 사 와 특별식까지 얻어먹었다.
레이크 샤보를 내려다보는 캠핑장에서 해가 지는 모습은 특별히 아름다웠다. 별이 가까운 캠핑장에서 새우며, 삼겹살이며 구워 먹고, 고구마 또한 한상 먹으며 이런저런 각자의 인생 이야기들을 나누고 나니, 내일 산행을 앞둔 산을 좋아하는 멤버들은 하나둘씩 잠을 자러 들어갔다. 아침 8시 평소 토요일엔 아직 잠자리에서 나오지 않을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근처 트레일을 골라 시작했다. 한두번 산책을 가봤던 레이크 샤보를 내려다보다가 골짜기로 내려갔다 대략 10마일 정도의 행보가 이어졌다. 최근 산호세까지 출퇴근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던 몸이 처음 시작된 강도 높은 오르막길에 가뿐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후 2시간 정도는 내리막과 평지로 이루어져 버텨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풍경은 경이로웠다. 호수를 넘고 이어지는 산 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베이에 살았던 17년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하마터면 못 볼 뻔한 이 절경들을 앞으로 한달에 한두번을 찾아낼 기대로 신이 난다.
<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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