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 친정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7년만에 돌아가는 길이다. 사람들은 7년 넘게 어떻게 견뎠냐고들 하지만 나로서는 7년이란 시간동안 친정집을 그리워할 물리적인 시간도 심리적인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한인들 삶이 그렇듯 미국에 적응하는 것에 하루하루 바빴고 무엇보다 결혼과 동시에 두 아들을 양육해야 했기에 마냥 친정집을 생각하며 그리워만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영주권을 신청한 직후 코로나 시대가 바로 시작되면서 핑커프린트에 영주권 인터뷰를 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보니, 한국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미국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아예 한국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접고 살았던 것이다.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한번씩 미국에 와주셔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살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정오빠는 나의 결혼식 이후로 만난 적이 없으니 자주자주 영상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을 마지막으로 떠나올 때에는 홀홀단신 캐리어 두개로 미국에 입국을 했는데, 7년만에 돌아가는 한국에 남자 셋, 남편과 두 아들이 동행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이렇게 무상할 수가! 이번에는 일본에도 친정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들를 예정이다. 그 여행에 관해 친정엄마와 통화를 나눴었다. “엄마, 잘 생각해보면 내가 일본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그러다 휴가를 받으면 엄마아빠가 일본으로 와서 우리 셋이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온천 다니고 했던 시절이 아마도 내 인생의 꽃이였지 않았을까? 지금은 어린 애들이 있으니 동선도 자유롭지 못하고, 레스토랑도 아기들 생각을 먼저 해야 하고 내가 가고 싶은 여관도 온천도 못가고..”
그런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니 친정엄마는 “그래, 그때 좋았지. 그런데 세라야, 살다 보면 모든 순간이 네 인생의 꽃이라는 생각을 시간이 지나면 하게 된다. 지금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너 말대로 너무 지치고 힘든 나날들이라 생각해도, 이 순간 역시도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걸 느끼면, 또 그때는 지금의 나날들이 꽃이었다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그러니 지금 순간이 제일 아름다운 꽃이라 생각하고 즐기지 않으면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다”라고 하셨다.
이번 한국 방문은 나의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첫 여행이다. 내 삶의 또다른 ‘아름다운 꽃’으로 기억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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