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박(Cecil Park)’으로 알려져 있는 나파의 한인 와인메이커 박수연은 나의 오랜 친구이다. 2천년대 초반에 우리는 서울에서 각자 베이에어리어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세실은 LA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호텔에서 일했었고 나는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가 ‘커리어우먼’으로 한참 일하다가 갑자기 미국에서 엄마가 돼 심한 정체성 혼란과 독박육아를 겪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는 1차 와인 열풍이 불었고,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 만화가 소개됐으며, 서양의 대표 주류인 와인이 선물용으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여러 분야에서 와인 문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외국계 회사의 언론 홍보담당으로 일했던 인맥으로 중앙일보사의 여성잡지, ‘레몬트리’에 나파 와인과 레스토랑 와인메이커들을 소개하는 10회의 연재를 쓰기도 했고, 대기업 임직원을 타깃으로 하는 와이너리 투어에서 투어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세실 박은 MBA를 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접고 미국에서 처음 와인이란 신세계를 접하고 생긴 호기심으로 ‘나파 와인 컴퍼니’라는 랩에서 여러 네고시앙(Negociant, 와인 상인 또는 중간 제조업자)으로 자신의 와인 비즈니스 ‘와인포니아’를 세우고 와인메이커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었다. 세실은 선뜻 나파 와인을 한국에 소개하자는 의기에 투합해서 자부심을 가진 최상의 와인 메이커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그때 만났던 와인메이커로 지금은 신세계가 인수한 셰이퍼 와이너리(Shafer winery)의 더그 셰이퍼 대표가 인상깊었고 또한 여성 와인메이커인 비어데어(Viader) 등과 컬트와인이라 불리우는 좋은 와인과 함께 최상의 와인테이스팅도 했었다.
그때에도 희귀하던 와인메이킹에 열정을 가진 이 친구는 그렇게 오롯이 20년 가까이 와인메이킹에 진심을 다해왔다. 그때는 내가 잡지에 인터뷰 한번 실어보자고 여러번 요청해도 ‘자기는 아는 게 없다’면서 손사래를 치던 겸손하고 수줍던 그였는데, 지금은 자신있게 자신의 브랜드 ‘이노바투스(Innovatus)’도 세우고 자신의 스토리를 얘기한다. 무엇보다도 섬세하고 세련된 그의 와인이 이 노련한 와인메이커의 솜씨를 알려준다. 올 겨울에 선물은 나파의 한국계 여성 와인메이커 세실 박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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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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