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해가 야속하게도 밝아 버렸다. 올해 반백년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가는 나는 해가 바뀌는 것이 반갑다기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공자님 말씀에도 “쉰 살에는 천명을 안다” 하셨는데 나의 하늘의 부르심은 무엇일까.
기술과 경제를 읽어볼 수 있다는 CES(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s)라는 행사가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다. 매해, 아니 시시각각으로 변동하고 있는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무대이다 보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용과 쓸모는 나날이 발전하여 테크놀로지로 인간의 삶이 진보하고 있다고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 생각해볼 일이다.
주변의 지천명 나이대를 둘러보니, 신체적인 한계에 도달한 장기의 신호에 응답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매일 음식을 구할 때까지 수렵과 채취로 하루 수십 킬로를 걷고 뛰고 굴러야 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신체에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손가락 아니 이제는 미리 알아채고 스스로 만들어(AI, Machine Learning) 수렵, 채취를 배달해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청소해주고, 심지어 놀아주기까지 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며 살게 되었다. 이젠 인간이 하는 전쟁도 대신 나가 싸워주고, 극도의 더위와 추위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우주에서 사는 것이 가능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복인가 재앙인가 갸우뚱해진다. 새롭게 들려오는 소식들은 친구들에게 닥친 건강 문제들이다. 당뇨며 암이며, 영양분 부족이 아니라 영양 과잉, 먹을 영양소가 아닌 ‘혀’에만 좋은 음식들을 먹어서 생긴 병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종일 며칠을 돌아다녀도 구하기 어려웠던 고기, 어류, 과실들을 손 하나 까딱없이 먹어대서 생긴 병들이란다. 한때는 오직 ‘육류’ 단백질만 먹어도 ‘건강하며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단식(fasting)이 생명연장과 재생의 방법으로 연구로 밝혀져 너도나도 14시간 18시간, 3일, 5일 더 오래 영양소 과잉을 끊어보자고 야단들이다. 인간의 입에 맞는 육질과 풍미를 가진 짐승들을 수천수만마리 키우기 위해 다른 육질이 안좋은 짐승들은 살 곳이 없고 목숨을 연장할 이유가 인간에게는 없다. 숲과 강은 이 고기들을 키워내기 위해 없어지고 망가진다. 테크놀로지는 이 짐승들에게 ‘고기’를 더 많이 만들어내라 하여 자연에 의한 진화가 아닌 유전자 조작에 의한 변경된 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공자의 가르침에서 일컫는 하늘의 명이 무엇을 더 아는 게 진리가 아니라 끊어 내기였는 지도 모르겠다. 2023년 지천명의 나이 50세에 이르러 겨우 깨달은 진리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쉼’과 적절한 끊어냄, 절제가 필요하다는 거 아닐까. 새해를 맞아 위장도 비워내고, 생각도 비워내고, 집안도 비워내고, 과잉의 욕심도 비워내자. ‘쉼’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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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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