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에서 힘든 부분을 말하라면, 언어 그리고 문화 차이도 있지만 어쩌면 인간관계인 것 같다. 물론 사람 사는 어느 곳이나 있는 문제이지만 한국 사람들끼리 잘 아는 한인커뮤니티 내에서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 인간관계이다. 처음엔 유학생 부인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지만 남편이 공부를 마친 후 직장을 갖게 되면서 우리 부부의 이민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때부터를 미국주민의 삶이라고 불렀다. 신앙을 갖고 있는 나는 교회를 다니며 사람들과 사귐을 가졌고, 그 안에서도 공감대가 같은 사람들과 어울렸다.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과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흔히 나이 들어서 만나면 친구가 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10년, 15년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 몇몇과는 아주 친한 관계로 발전했다.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여행도 하고 하루하루 시간을 나누면서 멀리 있는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가족과 같이 느껴졌다. 가족처럼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이민생활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이민생활에 평안을 줄 1명의 편안한 친구를 생각하면서 나는 예전에 읽었던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를 떠올렸다. 감성이 폭발할 나이인 고등학생 때 읽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이 시의 구절처럼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고 흉보지 않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이 되지 않는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일어났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 시절 그렇게 꿈꿨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란지교는 지초와 난초처럼 맑고 깨끗하며 두터운 벗 사이의 사귐을 뜻한다. 진심을 다하지 않고는 맑고 투명하게 서로를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지 못한다. 이 시에서 진심은 허물없이 편안함을 보여 주거나, 무슨 말을 해도 부끄럽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나 또한 내가 잘나 보이려 꾸밀 필요없이 솔직하고 정직한 모습을 그대로 거리낌없이 보여주는 것이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지란지교를 꿈꾸는 친구에게 난 어떠한 가면도 쓸 필요가 없다. 더 잘 하려고 스트레스 받으며 노력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진짜 내 모습을 보이고, 그 친구도 나와 같이 진심어린 마음과 행동으로 거리낌없이 사귐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과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는 관계가 되길 소망해 본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도 불편함 없는 휴식을 주고받는 편안한 나의 지란지교를 꿈꿔 본다.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