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 먹거리의 대표 음식인 달걀값조차 많이 올랐다. 최근에는 조류독감 영향까지 겹치면서 상점마다 달걀 선반이 텅 비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에그머니나. 달걀이 귀하면 도대체 뭘 해 먹는단 말인가?”
달걀은 나의 소울푸드다. 어려서부터 달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유명했고 이제는 질릴 만도 한데, 나는 아직도 가장 좋은 반찬의 재료로 달걀을 꼽는다. 나의 학창 시절, 달걀의 위상은 햄보다 낮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언제나 최고였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는 맛을 급식 세대는 알지 못하리라. 반찬 통을 열었을 때, 내 젓가락이 선점하는 반찬은 언제나 노란 옷을 입은 그 녀석이었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마가린 한 숟가락을 품은 따뜻한 밥에 간장 한 숟가락 넣고 반숙으로 부친 달걀과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이었다. 집 근처 트럭에서 파는 ‘길거리 토스트’는 그 시절 즐겨 먹던 간식인데, 철판에서 마가린을 문질러 구운 식빵에 두툼한 달걀을 넣고 설탕을 솔솔 뿌린 토스트 맛은 여전히 코끝을 자극한다.
5대 영양소를 거의 다 가졌다고 해서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달걀은 식탁에 올려놓을 변변한 반찬이 없어 고민하는 주부에게 해결사 역할을 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오늘 저녁은 찬밥을 해결하면서도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볶음밥이다. 주방 보조를 즐기는 막내가 후라이까지 얹으니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두 명은 반숙, 세 명은 완숙으로 취향에 따라 즐긴다. 노른자를 완전히 안 익히면 비릿해서 싫다는 남편이 익힌 후라이에 반색한다. 그러나 나는 후라이의 정석은 동그란 태양의 자태를 뽐내는 '써니사이드업 (sunny side up)’이라고 외친다.
아침에 달걀을 반숙으로 삶아 전용 그릇에 얹었다. 티스푼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려서 껍질을 살짝 벗겨내고 노른자와 흰자를 섞어서 먹는 이 담백한 맛! 이것을 처음 맛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 엄마의 아침 산행을 따라가서다. 운동이 끝나면 찻집에서 달걀을 하나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한번은 “너 하나 더 먹을래?” 하시며 넘겨주신 달걀에 반색하고 보니 감쪽같이 뒤집어 놓은 알맹이 없는 것이었다. 다 먹은 달걀을 살짝 뒤집어 놓으며 나도 누구를 속여볼까 생각하니 배시시 웃음이 난다. 떡국에 올리는 고명, 라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달걀이야말로 요리의 화룡점정이다. 단백질을 의미하는 프로틴(protein)은 그리스어로 ‘가장 중요한 것’을 뜻하는 ‘프로테이오스’에서 유래했다. 어디에서든 분위기를 살려주는 부담 없이 편안한 존재, 겉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속은 더 알찬 달걀을 닮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달걀 하나로 소소한 쉼을 얻었다.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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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달걀...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