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잇달아 팬데믹 종료를 선언하면서 분야별로 코비드 19로 인한 영향을 놓고 심층 분석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요한 분야 중 하나는 경제다. 팬데믹 후 지구촌은 거의 예외 없이 고도 인플레를 동반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USC등 여러 대학과 랜드 연구소 등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번 팬데믹이 미국 거시경제에 미친 손실에 대해 발표했다. 다양한 조사방법을 통해 이뤄진 이 연구에는 경제와 공공정책을 비롯한 관계 분야의 전문가 80여명이 참여했다. 일부 한인 전문가도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 보고서는 우선 코로나 팬데믹을 금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경제난을 불러온 사태로 규정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말까지 팬데믹 때문에 미국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입게 될 손실은 1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117조 달러에 달했을 이 기간의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03조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 손실액이 어느 정도 크기이냐 하면 국제적인 신용경색을 불러왔던 지난 2007년 서브 프라임 사태의 영향이 미치던 5년간의 누적 손실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9.11 테러로 인한 것보다는 20배 많다. 자연재해를 겪을 때 마다 피해액이 발표되는데 금세기 들어 가장 심각한 재난으로 꼽히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는 320억달러 정도였다. 이 보다는 40배 이상 많다.
사망자는 보도된 대로 이미 110만명을 훌쩍 넘었다. 2차 대전 때 미군 사망자가 태평양 전쟁에서 20만명, 유럽 전선에서 28만명 등 모두 48만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 사망자는 고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희생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헤아릴 수 없다. 국립 의료원(NIH) 조사에 의하면 이번 팬데믹으로 부모와 부모 대신 그들을 돌봐 주고 있던 조부모를 잃은 18세아래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이 14만명에 이른다.
이번 팬데믹에 최선의 대비가 이뤄졌다면 미국내 사망자는 6만5,000명, 백신이 늦게 개발되는 등 지금보다 더 엉망인 대처가 있었다면 사망자가 최대 200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랬을 때 입원 등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최저 200억달러, 최대 3,600억달러 이상 지출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정도 의료비 지출은 다른 분야의 손실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 2분기 때 이미 미국내 항공은 60% 정도 뚝 떨어졌다. 우선 하늘길이 막혔다. 국내선과 국제선이 다르지 않았다. 식당 안에서 식사한 손님은 65%, 점포를 방문하는 샤핑은 40% 이상 줄었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이벤트는 말할 것도 없다. 팬데믹 후 30개월 간 각종 컨퍼런스, 종교, 정치 이벤트, 엔터테인먼트는 최소 55%이상, 최대 70% 가까이 줄었다.
지진, 허리케인 등 자연 재해는 아무리 심각해도 특정 지역에 한정돼 일어난다. 하지만 팬데믹은 국경과 대륙을 뛰어 넘은 재앙이었다. 인명 피해, 경제 활동의 위축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그나마 정부가 현금을 퍼 주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재택근무가 없었다면 사라졌을 많은 일자리들이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온라인 샤핑이 그나마 구매를 유지시켜 줬다. 하지만 경제적 후유증은 크다. 이를 이용하는 세력도 있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삼으려는 이들이다.
고삐 풀린 물가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막 올린다. 전에는 경쟁업체의 눈치를 보며 주저했으나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내가 올리면 너희도 올릴 것’이라는 엉뚱한 자신감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까지 오를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정도 이상으로 오르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계란 값은 폭락했지만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값을 도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 종료와는 별개로 힘들고 불행한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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