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많은 시간 속엔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 시간 가운데 우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격려와 위로를 나누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워한다.
그들을 다시 만나 옛이야기들을 나눌 때 한 가지 동일한 나눔이 있다. 그들의 기억 속에 잊지 못할 사랑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때 내가 건네었던 격려의 말도 아니고, 따뜻하게 안아 주었던 나의 마음도 아니다. 내가 기쁨으로 차려준 음식들이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그들은 고백한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정성껏 해주었던 그 음식이 그들의 고단한 삶가운데 따뜻함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며 그 음식을 추억과 함께 다시 먹고 싶어 한다.
나도 점점 해가 갈수록 어렸을 때 엄마가 차려주셨던 음식이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그 맛을 내기 위해 온갖 레시피를 뒤져가며 만들어 보지만 그 맛을 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중 여러 번 시도해도 맛을 내기 힘든 반찬이 있는데 바로 가지나물이다. 가지나물을 할 때마다 늘 실패해 아무도 먹지 않아 아까울 때가 여러 번…
너무 먹고 싶은 마음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가지나물 하는데 무슨 도전까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심 엄마의 맛을 꼭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가지를 삶고, 조물조물 무쳐보고, 다시 볶아가며 나름대로 애써봤지만, 여전히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자주 사용하시던 들기름이 생각이 났다. 실패한 그 가지나물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하나, 들기름을 무작정 붓고 뚜껑을 닫은 후 한참을 조려질 때까지 기다렸다.
뚜껑을 열고 맛을 보는데 ‘와! 이거야!’. 옆에 있던 딸도 맛을 보더니 ‘엄마! 이 가지나물 할머니 맛이야!’. 내 딸도 할머니의 맛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농사일과 밭일로 하루 종일 바쁘셨던 우리 엄마, 해가질 때쯤 흙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돌아오셔서, 있던 반찬으로 대충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으셨을 텐데, 늘 신선한 채소들로 조물조물 나물 반찬을 해 주셨던 엄마. 손이 유난히 빨라 순식간에 여러 가지 나물 반찬을 뚝딱해서 한창 가득 차려주셨던 그 따뜻한 밥상. 이젠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추억의 한 장으로 남아있지만, 내 자녀들이 그리고 또 그들의 자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쉼의 시간이 필요할 때, 바쁜 일상 가운데 순간 스쳐 지나가는 그 추억의 음식이 그들의 기억 속에 엄마의 사랑으로 남아, 조금이나마 삶의 여유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딸의 기억 속에 있는 할머니가 해 주셨던 그 가지나물, 이젠 내가 언제든지 그 맛으로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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