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은 초소형 핵융합 발전으로 움직이지만 ‘우주소년 아톰’ 동력원은 원자력 전지다. 일본의 인기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1950년대 그린 인공지능 로봇 동력으로 10만 마력으로 알려져 있다. 개념적으로만 알려진 원자력 전지가 현실에서 구현된 건 1961년 미국 해군의 항법 위성에 사용되면서다.
원자력 전지는 방사성 동위원소 전지(RTG)로 불리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플루토늄 238을 쓴다. 원자폭탄 제조용은 플루토늄 239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초소형 원자력 발전기인 셈이다. 반감기가 88년으로 40년간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우주, 심해 등 극한 환경에 적합하다. 1970년대 쏘아 올린 미국의 보이저 1, 2호는 태양계를 넘어 심우주로 나아가 원자력 전지 덕에 아직도 나사와 교신한다. 현재 40여 개 우주 탐사선, 로버(탐사차량) 등에서 운용되고 있다.
물론 우주탐사에 태양전지도 많이 쓰인다. 2004년 화성 표면에 도달한 탐사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모래 폭풍에 태양전지 기능이 정지돼 고장 났다. 8년 뒤 화성에 닿은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에 원자력 전지를 단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원자력 전지를 개발 운영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미국은 우주 전략자산으로 지정, 기술은 물론 제품 판매도 금한다. 중국의 달 탐사 창어 4호에 실린 로버 옥토끼도 러시아제 원자력 전지를 빌려 썼다.
2022년 발사한 누리호의 성능검증위성에 탑재한 원자력 전지가 지난 2년간 지구 저궤도에서 안전성 신뢰성을 입증했다고 한다. 120mW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게 확인됐다. 세계 3번째 개발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원자력 전지는 2030년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맨땅’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이를 주도한 홍진태 박사의 과거 인터뷰를 보면 “달에 뭣 하러 가느냐”는 말이 가슴 아팠다고 한다. 우주 탐사 기술은 최고난도 첨단기술 총아로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K기술이 거둔 또 하나의 쾌거다.
<정진황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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