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선이 끝난지 3주가 지났다.
그러나 신문의 오피니온 컬럼과 Facebook, X (전 Tweeter), 카카오톡 같은 SNS 채팅방, 그리고 사교적인 모임 등에서 아직도 선거결과와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 같은 정치적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본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모임도 많아지고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도 많아질 텐데, “사적인 대화에서 종교나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는 에티켓 전문가들의 조언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종교적 믿음이나 정치사회적 이념이 같은 사람들 간에는 정치나 종교에 관한 대화가 무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종교에 관한 대화는 믿음이나 이념이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를 정서적으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믿음이나 가치관과 상치되는 얘기를 듣거나 그런 행동에 접하게 되면 감정적인 불편을 느끼게 된다. 사회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감정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믿음이나 이념을 바꾸거나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 간의 이념이나 의견은 다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이나 의견을 더욱 합리화하고 굳히면서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멀어진다.
믿음과 이념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배운 지식과 가치관, 책이나 뉴스미디어 등을 통해 습득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사회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터득한 지혜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변화된다. 따라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제한적 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믿음이나 이념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믿음이나 이념의 폭을 넓히거나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이나 이념을 보강하거나 뒷받침해 주는 정보나 내용만 받아드리고 그렇지 않은 정보나 내용은 배척한다. 자신의 정치사회적 이념을 지향하고 지원하는 방송이나 신문 만을 계속 시청하고 구독한다. 자신과 상반된 이념을 추구하는 방송이나 신문은 외면한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 이론 (Confirmation Bias Theory)이라고 부르는 이런 과정이 오랫동안 거듭되면서 사람들의 믿음이나 이념은 더욱 굳어지고 깊어져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없는 한 변하지 않게 된다.
또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과대 평가하고 자신의 논리적인 판단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더닝 쿠루거 효과 (Dunning-Krugger Effect)라고 부르는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지식과 사고의 영역이 제한된 사람일 수록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람들과의 정치나 종교적 대화는 더욱 어렵고 개인적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와 판단에 대한 이의나 반론을 자신의 능력과 가치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정치나 종교에 관한 대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족이나 친구 처럼 가까운 사람들 간에도 종교적 믿음이나 정치적 이념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마음의 자세와 실천만이 믿음이나 이념의 차이에 관계 없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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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시니어 펠로우 McREL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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