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규동 감독·이혜영 주연 액션 영화 ‘파과’
▶ 감성적 요소 더한 여성 킬러의 인생 궤적
![[주말에 뭐 볼까 새 영화] 노년의 고독함을 액션으로 표현… 삶의 가치를 묻다 [주말에 뭐 볼까 새 영화] 노년의 고독함을 액션으로 표현… 삶의 가치를 묻다](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5/29/20250529180717681.jpg)
산전수전 다 겪은 여성 킬러 조각(이혜영)은 무모한 신참 투오(김성철)를 만나고 예상치 못한 유대감이 깊어지면서 함께 헤쳐나가던 지하 세계에 균열이 생긴다. [Well Go USA 제공]
민규동 감독이 60대 배우 이혜영을 여성 킬러로 내세운 액션 영화로 돌아왔다. 원작은 구경모 작가의 베스트셀러‘파과’이고 북미 개봉 제목은 ‘The Old Woman with the Knife’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 이후‘노년의 고독함을 액션으로 표현한 작품’ ‘강렬한 액션과 감성적 요소가 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2월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만난 민규동 감독은 “(제가) 이런 장르적 재미의 영화도 만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혜영 배우의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영화였고 60대의 액션 장면 촬영이 쉽지는 않았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민 감독의 이 같은 액션 장르 도전은 아시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노년 여성의 강인함과 취약함이 공존하는 캐릭터 조각에 열광하게 만든다.
영화 ‘파과’는 나이 든 여성 킬러 조각(Hornclaw)과 그녀를 평생 쫓아온 젊은 킬러 ‘투우’(Bullfight)의 이야기다.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조각’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다는 민 감독은 “나이 든 여성 킬러라는 설정 자체가 신선했고 그 안에 담긴 ‘쓸모’에 대한 질문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볼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히로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민 감독은 “액션 장면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조각의 액션은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보여주는 정교하고 절제된 동작이고, 투우는 젊음의 힘과 충동을 담은 액션이다. 이런 대비를 통해 두 인물의 성격과 인생 궤적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쓸모’라는 주제를 내세운데 대해 민 감독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에서 느끼는 ‘쓸모없음’의 공포,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존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영화 속 조각과 투우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볼 수 없는 복잡한 관계다. 25년 전 조작이 투우의 아버지를 죽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그녀를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첫 번째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민규동 감독은 이 역설적인 관계를 통해 ‘용서’와 ‘기억’의 문제, 그리고 폭력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민 감독의 액션 연출은 “이 싸움을 어떻게 실제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기본이었다. 카메라가 배우들의 호흡과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해 각 순간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투우의 화려하고 표현적인 스타일은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배우들은 유연한 정확성을 위해 복잡한 시퀀스를 수십 번씩 리허설해야 했고 날카로운 무기들로 가득한 격렬한 전투 중에도 카메라는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며 조각과 투우 사이의 증오와 공감이 교차하는 격변적인 심리를 강렬하게 포착했다. 영화 오프닝이 다소 진부한 설정임에도 후반부 놀이공원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학살 장면은 한국판 ‘존윅’이라 부를 만하다.
민규동 감독은 “이혜영 배우는 첫 액션 연기였음에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감정연기와 액션의 조화가 놀라웠는데 이 역할을 위해 3개월 동안 특별 액션 훈련을 헌신적으로 임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며 세 가지 핵심 액션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액션은 절대 가짜처럼 보이면 안 된다. 둘째, 액션은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 셋째, 스타일리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민 감독은 이 세 가지 원칙들을 통해 단순한 전투 장면을 넘어, 캐릭터의 감정과 경험이 깊이 스며든 액션을 구현했다. 조각의 움직임은 물과 같이 유연하고 차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얼음처럼 날카롭고 결정적인 반면, 투우는 불과 같이 격렬하고 모든 순간 감정으로 타오르는 스타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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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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