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공급망으로 확전
▶ 중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장기화에
▶ 유럽·인도·일본 등서 공급난 심각
▶ 미 자동차업계, 공장 중 이전 검토
▶ 트럼프 “시진핑, 협상하기 어려워”
글로벌 제조 공급망이 희토류 수출에 빗장을 건 중국의 조치에 흔들리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희토류를 확보하지 못해 자동차 등 제품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관세를 넘어 희토류를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으로 확장하며 어렵사리 맺은 관세 휴전 ‘제네바 합의’가 조기에 깨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유럽과 인도·일본 등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앞다퉈 중국 당국 측에 긴급 회동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이 올 4월부터 희토류 7종을 국외 반출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도록 수출 통로를 좁히자 ‘수출을 빨리 허가해달라’며 읍소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동차 조립에 필수인 영구자석에 쓰이는 정제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는 희토류 부족으로 당장 차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희토류 자석은 (자동차) 와이퍼 모터부터 브레이크 센서까지 광범위하게 필요하다”며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생산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드는 지난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포드 익스플로러’를 생산하는 희토류 자석 공급 부족으로 1주일 동안 시카고 공장의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속한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미국 행정부에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희토류 자석이 필수인) 전기모터를 중국으로 수출해 수급을 해결하거나 아예 전기모터 공정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고민 자체가 미국 제조업 강화를 목표로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배치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희토류 자석 부족이 이어지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WSJ는 짚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양국은 상대방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미 압박에 효과적인 희토류 통제라는 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외려 통제 강도와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합성마약(펜타닐) 유통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매긴 대중 관세 20%를 유지하자 이에 대한 명분으로 희토류 금수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코리 콤스 핵심 광물 공급망 연구 책임자는 “희토류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의견 차이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관세를 넘어 (희토류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싸고 더욱 격렬해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산업에 더욱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반격할 채비에 나섰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광물과 무기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의 제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미 의회의 승인을 건너뛰는 비상 권한을 발동할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중국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광물 산업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상 간 통화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며칠 새 미 행정부 측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통화 가능성을 낙관하는 언급이 나왔지만 중국 측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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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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