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로감염 위험 낮추지만
▶ 건강한 남아 확률 1% 이내
▶ 에이즈·성병 예방목적 권고
‘고래사냥’이란 단어 자체의 뜻은 고래를 사냥한다는 것이지만,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바로 포경수술이다. 고래사냥이 포경수술의 은어가 된 이유는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이다. 남성 성기의 귀두를 감싼 포피를 가리키는 포경(包莖)이란 단어와 고래사냥을 뜻하는 포경(捕鯨)이란 말은 뜻이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
한국에서는 해방 전까지 포경수술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과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선 위생적이라고 생각해 포경수술을 받는 것이 보편화해 있었고, 당시 절대적인 우위에 있던 미국 문화의 하나로 포경수술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이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있다.
미국에서 1세 미만일 때 포경수술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눠 추적관찰을 한 결과, 포경수술 여부에 따라 요로감염 발생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아는 요로감염 발생률이 2.15%였으나, 포경수술을 받은 남아는 0.22%에 그쳤다.
다른 유사한 연구도 비슷하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 평생 동안 요로감염에 걸릴 위험도가 32.1%인 반면, 포경수술을 받은 경우엔 그보다 크게 낮은 수준(8.5%)이었다.
이 같은 격차는 나이가 어릴수록 벌어졌다. 포경수술을 받은 16세 이상의 경우 요로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3.4배 낮았으나, 0~1세에선 9.91배 차이가 났다.
소아에 대한 포경수술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포경수술이 요로감염 확률을 87%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건강한 남아는 요로감염 확률이 1% 이내로 매우 낮기 때문에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받는 것이 큰 이익은 아니다. 하지만 요로감염에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경우엔 감염 예방 효과가 매우 컸다.
이 연구들을 보면 포경수술이 소아·신생아의 요로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요로감염은 항생제만 사용해도 쉽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게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 왔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선 모든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냈고, 2012년 미국 소아과학회도 포경수술이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모든 아이들이 반드시 포경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나 성병 감염 위험성이 높은 나라, 남들과 다른 성 취향을 가진 사람에 한해 에이즈·성병 예방을 목적으로 포경수술 여부를 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리하면, 포경수술은 모든 아이들에게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선천성 질환이나 질병 때문에 요로감염 위험성이 높거나,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 산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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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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