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지원단체와 기자회견 공항서 체포 이후 열흘째 구금 “애리조나 시설로 이송 이후 연락두절”

김태흥(40·사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입니다.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한국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던 중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영문도 모른채 체포돼 장기 구금 중인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40·사진)씨의 모친이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씨의 어머니 샤론 이씨는 31일 미주한인봉사단체협의회(미교협)가 진행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며칠동안 밥이 안 넘어간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언제 아들의 구금에 대해 알게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작은 아들(김씨의 동생)에게 ‘형이 (공항에서) 이민국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빨리 나와 지금 하던 공부를 다 마치고, 또 사회에 나가 어려운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아들이 됐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태흥씨는 5세 때 미국으로 온 영주권자이자,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치료법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다. 김씨는 남동생 결혼식 참석차 한국에 갔다가 지난 21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중 영문도 모른채 돌연 억류됐다.
1주일 넘게 공항 내 작은 공간에 구금됐던 김씨는 변호사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권리도 침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변호인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1주일 넘게 공항에 구금됐던 김씨는 현재 애리조나주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로 이송됐다. 변호인은 김씨가 이 시설에 도착한 이후로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김씨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억류돼 있을 당시 정식 수용시설이 아닌 좁은 공간에 머무르면서 낮에 햇빛도 보지 못하고 밤에는 침대도 없이 의자에서 잠을 자야 하는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구금된 사유는 14년 전인 지난 2011년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 때문으로 추정된다. CBP 대변인은 김씨 구금에 대해 “영주권자가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해당 개인에게는 추방재판 출두 통지서가 발급되고 CBP는 구금할 수 있다”며 “이 외국인(김씨)은 추방절차에 회부됐고 ICE의 구금 상태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미교협은 “김씨는 사회봉사 명령을 모두 이행하는 등 과거 기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한만큼 합법적 영주권자를 변호인 조력을 보장하지 않은 채 구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기소 시점이 영주권 취득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변호인은 향후 이민법원 재판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김씨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교협은 김씨가 소속된 텍사스A&M 대학이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마이클 맥콜(공화·텍사스 10선거구) 연방하원의원 등에게 연락했지만 아직 특별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교협은 캘리포니아주 연방상원의원 2명과 샌프란시스코를 선거구로 둔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11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해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상원의원과 영 김(민주·캘리포니아 39선거구) 연방하원의원 등 한인 연방의원에게도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미교협은 김씨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bit.ly/ReleaseWillNow)도 벌이고 있다. 31일 오후 5시 현재 880명이 동참한 상태다.
미교협은 주7일 24시간 전화를 받는 이민자 돕기 핫라인(844-500-3222)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위급 상황 시 필요한 각종 대처법 등을 수록한 ‘이민자 권리 알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교협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이민 정책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민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곤경에 처한 경우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nakase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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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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