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모색한다. 백악관에서 “목표는 종전”이라고 밝힌 만큼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회담 장소가 왜 미국의 49번째 주인 알래스카일까. 이곳은 모스크바로부터 비행기로 9시간, 워싱턴DC에서는 8시간 떨어진 중간 위치다. 또 푸틴은 전쟁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기소돼 있는데, 미국이 ICC를 인정하지 않아 신변 우려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향후 미러 간의 에너지 분야 협력 가능성도 이곳이 낙점된 이유다.
■알래스카는 미국이 1867년에 러시아로부터 불과 720만 달러(현재 가치 약 1억 5000만 달러)에 사들인 곳이다. 지정학적 메리트가 큰 알래스카를 미국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통 큰 리더십과 윌리엄 스워드 국무장관의 혜안 덕분이다. 당시 스워드가 버려진 곳이나 다름없던 이 땅을 사겠다고 나서자 미국에서는 ‘스워드의 어리석음’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알래스카는 2차 대전 이후 군사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금과 석유까지 쏟아지면서 ‘기회의 땅’으로 변모했다.
■스워드는 본래 링컨과 대통령 자리를 다퉜던 정적이었다. 186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그는 2선급 후보인 링컨에게 뜻밖으로 패배했다. 하지만 링컨은 당선 후 국론 통합을 위해 스워드를 국무장관에 기용했고, 스워드는 비난을 무릅쓰고 알래스카를 확보해 국익을 챙겼다. 링컨의 통 큰 리더십이 있었기에 지금의 알래스카가 가능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회담 열흘 뒤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인 ‘백악관 회담’을 갖게 된다. 이 대통령은 “통합은 유능의 지표”라고 강조해왔다. 그에게 링컨처럼 국익을 위해 정적까지 품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한영일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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