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자원봉사’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나는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한 워싱턴한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이 사실을 몸소 느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단순히 ‘돕는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마음을 나누는 순간, 봉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지센터를 찾아온 한 어르신이 불안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 서 있던 날이 기억난다. 절박한 눈빛 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긴 상담 끝에 그분의 얼굴에는 희망과 감사의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은 우리 봉사자들에게도 큰 위로와 보람이 되었다.
자원봉사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다. 그것은 나눔의 가치와 공동체의 힘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봉사하는 사람 자신을 성장시키는 길이다. 타인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길임을 배웠다. 처음에는 봉사가 낯설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와 기쁨을 느꼈다. 따뜻한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나는 수없이 보아 왔다. 그리고 이는 90세가 다 되어 가는 나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내 삶에서 자원봉사의 참뜻을 다시금 깨닫게 된 또 다른 순간은 2001년 9월 11일이었다. 뉴욕과 워싱턴이 테러로 얼어붙었던 그날, 나는 워싱턴 DC 뉴욕 애비뉴 선상의 고층 건물에서 일하다가 긴급 대피 방송을 듣고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공포 그 자체였다. 차를 몰고 나오니 거리는 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과 차량으로 가득했다. 혼란이 휩싸인 거리에서도 질서를 잡아주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몰랐지만, 묵묵히 차량을 유도하고 사람들을 안내하며 위험 속에서도 봉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나는 검은 연기가 치솟는 펜타곤 옆을 지나 4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날, 나는 ‘봉사’가 단순한 선의의 행위를 넘어 국가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임을 깨달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모여, 위기 속에서도 나라를 지켜낸다는 사실을 느꼈다.
봉사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작은 친절, 한 번의 안내, 따뜻한 미소가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9·11은 비극의 날이었지만, 동시에 인간다움과 봉사정신이 가장 빛났던 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그날의 봉사자들을 기억하며 다짐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손길이 되리라고. 그 힘이야말로 미국을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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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발렌티나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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