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가끔 서커스를 보러가곤 했다. 아들은 코끼리 보러 가자고 졸랐었다. 어쨌든 신나고 재미있었던 추억이다.
그런데 요즘 그 외줄타기가 생각나는 것이다. 사춘기 애들 셋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들마다 그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조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할 때, 난 그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모른다. 어서어서 이 아슬아슬한 터널을 지니가고 싶었겠지.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뒤로 물러서고 모르는 척 해주면서도 눈길을 떼지 않고 있ㅥ 속타는 에미의 심정을 그들은 알까?
몇년 전 아들이 담배를 피우고 몰려다니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서 바로 학교 정문에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차 지붕이 떠들썩하도록 둘이는 싸웠다. 사춘기 아이를 가진 사람은 가히 상상이 갈 것이다.
효과 없이 둘 다 기분만 상하고 말아 결국 두 패자가 발생했다.
그 다음부터는 직접 후리-킥을 하기로 작전을 바꾸어 가이던스 카운슬러, 풋볼 코치, 주요 과목 교사, 친구 엄마들에게 찾아가서 있는 얘기, 느낀 생각 그대로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창피할 틈도 없고 걱정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 오로지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 힘들고 괴로울 때는 “그래 애를 다시 낳는거다. 한 번 낳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 번 낳아 기르는 건가봐”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미국엄마들은 참으로 협조가 많은데 한국엄마들은 부정적인 편견과 기피가 많다. 자식 사랑이 어느 민족보다 강하다고 자부해 오는데 실전에 부딪쳐 보면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사람을 극성이라고 돌아세운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 했던가, 자식과의 문제는 이 세상에서 겪은 아픔 중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티슈 박스 몇 개가 비워졌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난다.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 사랑 받고 있는 엄마라고 믿고 있었고 내 아들은 good or bad, right or wrong을 분별할 수 있는 신앙과 정의를 가진 멋진 소년으로 굳게 믿고만 있었다.
다행히 카운슬러와 친구엄마들의 합세로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어가긴 했지만, 그 때 기절초풍할 뻔 했던 일은 또 하나 좋은 방법론을 만들게 했다. 10여년 전 뉴욕타임스 광고문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것에는 반드시 큰 해결방법이 있다”는 문구가 생각났다.
요즈음은 덜 당황하고, 덜 서두를 수 있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를 스스로에게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내 자식이라는 소유감 하나로 부모 노릇은 어림없다. 그들의 현재 사춘기의 생각과 가치관과 행동의 발상과 문화의 특성을 우리 부모가 찾아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야말로 공부(?)해서 져 주면서 이기는 연습(!)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숨어서 나쁜 경험과 무모한 시간 낭비를 할 수 밖에 없다. 가까이에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 있고, 학교마다 상담교사가 기다리고 있다. 체면과 후환이 걱정된다 하여 한참 자라나는 아이의 정신과 신체에 심각한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나는 사춘기 아이를 둔 내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그들은 흥겹고 멋있다고 생각되는 외줄을 타고 있어. 이 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면 금방 툭 떨어지지. 그 외줄을 타는 곳에 그물을 쳐야 해. 너무 가까이 그물을 치면 반항하기도 하고, 의뢰심이 생기기도 하더라. 너무 멀찌감치 치면 떨어졌을 때 좀 심하게 다치겠지? 외줄 타는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적당한 위치에서 그물을 치는 엄마가 되어야 해.」
어쩌면 아이들은 그 사랑으로 짜여진 그물을 항상 염두에 두고 뛰어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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