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얼마전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조지 부시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20여년전 홍수환 선수가 까레스키아 선수를 캔버스에 눕혀 세계 타이틀을 획득한 뒤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내던진 첫마디이다. 홍 선수의 승리를 더욱 감격시켰던 것은 그가 4번이나 다운됐다가 다시 일어서 상대방을 눕혔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한국인들에게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없다’라는 속담은 ‘4전5기’라는 입증된 현실로 바뀐 것이다.
왜 그런데 미 공화당 전당대회를 보며 ‘4전5기’라는 말이 떠올랐을까?
그것은 바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4전5기’라는 말은 극히 드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 지도를 한번 분석해보자. 아무리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만큼 똑똑하고 유능한 정치인일지라도 대통령 본선거 에서 패하면 그것으로 그 후보의 정치 생명은 끝나는 것이 현대 미 정치판 의 현실이다. 84년도 레이건 에게 패한 먼데일 후보, 88년도 부시(현 공화당 후보의 부친)에게 패한 두카키스, 92년도 클린턴에게 패한 부시, 96년도 클린턴에게 패한 돌, 그들 모두 현재 정치에서는 은퇴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단 한번의 기회’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뒤에 젊고 능력 있는 후보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국의 정치판은 어떤가. 4전5기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가. 이번에 대통령 안되면 다음 선거에 또다시 공천 받아 나가면 되고...그때 또 떨어지면 또 다음 선거에... 현대 역사를 볼 때 한국에서는 일단 대통령 선거 후보만 되면 대통령 되기는 시간 문제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을 미 정치판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는 그만큼 젊고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없다는 얘기로 풀이해야될까?
민주주의를 자부하는 한국 국민들 역시 겉으로는 ‘저 후보가 대통령 되면 나라 말아먹어’라고 말만하며 투표소에서는 2-3번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기 때문에 이 같은 풍토가 조성된 것이 아닐까.
서 있을 힘만 있으면 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는 높게 평가 해볼 만 하다. 그러나 4번 낙선 뒤 5번째 선거에서 결국 대통령이 된 뒤 ‘엄마, 나 드디어 대통령 됐어’와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의 신선도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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