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가르치는 더글러스 앤더슨은 전화도 없이 레슨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통이 터져 어쩔줄 모르던 차에 PinStruck.com이란 웹사이트를 찾아냈다. 이를 드러내고 씩 웃는 ‘부두’ 인형에 저주의 말을 보태서 익명으로 자기를 기분 나쁘게 한 사람에게 e 메일을 보내놓고 앤더슨은 속이 시원해졌다.
앤더슨 뿐이 아니다. 핀스트럭은 하루에도 2000~3000건의 복수 목적 e 메일을 발송한다. 보내는 사람은 거미가 기어간 듯한 꼬불꼬불한 필기체로 쓰여진 저주의 말 19가지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데 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다" "널 사랑해" "이것이 너의 장래 모습"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 사이트의 디자이너 타이슨 리오타는 최근 "이것이 너의 마지막이다"라는 말은 지웠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살해위협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복수란 원래 과히 고상한 충동은 아니지만 인터넷 덕분에 매우 쉽게 할 수 있게 돼버렸다. 가상 복수 사이트들이 아무 죄책감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분을 풀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들킬 염려도 없이 원수에게 익명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사진을 웹에 올려 놓고 헐뜯거나, 죽은 장미꽃 다발을 보내서 싫컷 약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보내는 사람이야 익명성을 즐기지만 받는 사람들은 싫어하지요. 누가 보냈는지 알아야겠다는 문의가 많이 오지만 우리는 알아본 적도 없고 알더라도 말해줄 수 없어요"라고 리오타는 말한다.
복수 사이트중 장모/시어머니 이야기 사이트 같은 것(motherinlawstories.com)은 며느리나 사위들끼리 분을 푸는 이야기 한마당으로 그치지만 그보다 격이 떨어지는 사이트중에는 상대방의 못나온 사진을 올려 놓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복수인지 제안을 받거나 제아무리 낯두꺼운 사람이라도 얼굴을 붉힐 방법으로 분을 풀라고 부추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달리는 할 수 없는 표현 수단을 찾아낸다"고 말하는 롱아일랜드대학의 심리학자 폴 사이보로우스키는 인터넷을 사용해 복수하는 환자도 본다고 말했는데 어떤 사이트는 자기에게 잘못한 사람을 중상하면서 동정적인 반응들을 모으고 실제 복수담을 교환하면서 다음 번에 사용할만한 요령을 모으게 하기도 한다. 복수 사이트를 운영하는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마이클 바움가트너는 "최선의 복수는 상대방을 해치지는 않으면서 약만 올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이보로우스키는 익명으로 복수를 하는 것에도 일종의 치료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속이 시원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내는 사람은 재미있고 속이 시원해질지 몰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특히 익명의 욕설 메시지는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하바드 법대 강사 실라 힌은 말한다. 그런 메시지를 받고 사람들은 ‘도대체 왜 누군가가 나를 이다지도 미워한단 말인가?’하고 고민한다는 것.
사실 많은 복수 사이트들은 재미로 이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리오타는 말한다. 복수의 메시지를 너무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리오타는 사용자가 스스로 메시지를 작문하는 것, 부두 인형에 꽂힌 핀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복수 사이트중 ManicMail.net은 사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낸 것처럼 e 메일을 보낼 수 있게 하는데 서비스를 남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영국에서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프로그래머 앤소니 로빈스는 말한다. 이들은 작년에 이 사이트를 시작한 이래 FBI, 경찰로부터 대여섯차례 문의를 받았는데 대부분 교사를 협박하는 10대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발신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신자가 불평하면 다시는 받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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