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국가 부채 훨씬 커져, 이젠 귀담아들어야”
미국의 국가 부채에 대한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반복돼온 사안으로, 그동안 미국이 파산하지 않고 탄탄한 경제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최근 부채 규모가 너무 커져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서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가 다시 나오고 있다면서 3일 이같이 지적했다.
부채 이자만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경고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 잡지로 꼽히는 타임지는 미국의 상징인 엉클 샘의 주머니가 뒤집힌 일러스트레이션에 '미국이 파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하지만 이는 최근이 아니라 1972년 3월 기사였다.
53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채 위기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부채 규모가 훨씬 커졌고 정부 당국자들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어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급증하는 미국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에 대해 다시 경고를 내놨다.
그는 3일 출간된 책 '국가들이 파산하는 방식'(How Countries Go Broke)에서 미국의 부채 상황을 심장병 환자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적 심장마비를 피할 수 있는 시기가 "3년 ± 1년 정도 남았다"고 지적했다.
WSJ은 세계 172위 부자인 달리오가 책 인세를 많이 받기 위해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오재그도 최근 경고에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예산국장을 지낸 그는 "정부 재직 시절에는 적자 지출과 부채 수준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던 이들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처럼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늑대가 우리 문턱에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고 이름 붙인 감세 법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비영리단체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이 법안은 기존 추산치보다 향후 10년간 부채 수준을 약 3조 달러 늘리고 특정 임시 조치가 영구화될 경우 5조 달러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이번 회계연도 미국의 연방정부 이자 비용은 이미 국방 예산보다 많고,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장애 보험, 식품 보조금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채권시장의 균열이 곧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 금리가 안정돼도 이자 비용이 만만찮은데 악순환 속에서 금리가 급등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 금리가 일부 오르기는 했어도 채권 시장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아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채권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프로레슬링 용어(kayfabe·프로레슬링에서 선수들 간의 싸움을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를 사용해 설명했다. 지속 불가능한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당장 파국이 오지 않으니 눈감아주며 현 상황이 유지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는 것이다.
채무 위기 전문가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지난 4월 "채무 위기는 단순한 산술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면서"거의 모든 국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그것이 노골적인 디폴트이든,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한 것이든 간에 부채 계산이 정말로 국가를 몰아세우기 전에 이미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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