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자원봉사자들이 즉각 줄을 잇더군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뻗는 시민의식, 그게 바로 미국을 지탱하는 힘인 것 같아요.”
요즘은 어딜 가나, 누굴 만나나 화제가 ‘테러’이다. 미국의 부의 상징, 힘의 상징들이 한순간에 콘크리트 더미·잿더미로 무너져 내리고, 그 파괴의 와중에 수많은 인명이 집단으로 희생된 끔찍한 비극의 현장들을 연일 TV를 통해 보다 보니, 나중에는 가슴이 뛰고 숨이 답답해지는 이상 증상마저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볼수록 침통하고 암울한 장면들뿐인데 그 사이사이에서, 먹구름 반대편의 빛나는 햇살같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보도가 있다면 바로 자원봉사 현장 소식들이다.
재앙의 현장인 뉴욕시의 경우 자원봉사 신청자들은 13일 아침 현재까지 1만6,000명에 달했다. 정신과 의사, 엔지니어, 간호사, 건설현장 노동자… 특기가 있는 사람들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렇지 못한 단순 봉사자들은 이미 필요 이상으로 확보가 된 상태. 그런데도 "뭐든 돕고 싶다"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작정 오지말고 전화로 먼저 신청하라"고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출신 배경을 보면 민족, 직업 모두 각양각색이에요. 인도 출신 수녀도 있고 타이완 태생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있고… 그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뭉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이지요.”- 뉴욕의 한 봉사단체 직원은 말했다.
봉사자들의 나이도 다양한데, 세계무역센터 와해현장에는 74세의 한 은퇴 소방관이 12일부터 이틀째 구조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110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니 콘크리트, 철근 더미만 해도 6~7층 건물 높이는 돼요.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지요. 하지만 몸이 견디는 한 매일 작업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자원봉사가 피해지역인 뉴욕과 워싱턴 인근 주민들로 제한된다면, 헌혈은 지금 미전국을 휩쓰는 가장 뜨거운 활동. 혈액센터, 적십자사 등 헌혈센터마다 헌혈자가 몰려들어서 뉴욕 혈액센터는 12일 밤 "더 이상 피가 필요 없다. 몇 주 후에 헌혈해 달라"는 발표를 했다. LA에서도 11일 헌혈 라인이 너무 길어서 4시간씩 기다려 헌혈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고, 헌혈을 하며, 성금을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류 언론 인터뷰 내용들을 들어보면 "이런 엄청난 비극 앞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죄책감이 든다"는 생각이 공통적이다. 우리가 결국은 한 몸의 지체라는 인식이다.
본보를 비롯, 한인사회에서도 헌혈, 성금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시민들을 자녀로 키우는 부모로서는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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