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줄을 안 그는’
청마 유치환의 대표시 ‘깃발’이다. 11일 테러사건 이후 성조기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미전국을 휩쓸고 있다. 성조기를 매개로 미국 하늘에 휘날리는 애국심이 거대한 ‘아우성’이고, 급증한 수요에 따른 성조기 확보경쟁이 또 ‘아우성’이다.
“한시간 반을 기다렸어요. 가게문 열기 전에 와서 3시간을 기다렸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렇게 기다려서 겨우 4다스를 샀어요”
버뱅크에서 카드·선물점을 경영하는 이인자씨가 요즘 LA 다운타운 국기 도매상에서 경험하는 일이다. 국기 사려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100명-200명씩 몰려오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파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다. 지난 한주 그의 가게에서 팔린 국기는 500개 정도. 지난 10여년간 판 것과 맞먹는 분량이다.
빌딩, 자동차, 추모행사장등 가는 곳마다 압도하는 성조기의 물결 - 국기를 처음 만든 미국의 조상이 본다면 보통 흐뭇한 광경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그 기뻐할 조상이 누군인지가 분명치 않으니 애석한 일이다. 프랜시스 합킨슨이란 독립전쟁 당시의 애국자가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이 거의 확실하지만 100% 확인된 것은 아니고, 벳시 로스라는 여성이 만들었다는 설은 멜로드라마 같은 감동은 있지만 뒷받침할만한 기록이 없다.
사실여부를 떠나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벳시 로스 전설’은 이런 내용이다. 벳시는 필라델피아에서 재봉일을 하는 여성이었는데 바느질 솜씨가 좋았던지 조지 워싱턴이 단골손님이었다. 워싱턴은 셔츠에 수놓는 일부터 온갖 바느질감을 벳시에게 맡겼다.
그러던 중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6월1일 당시 대륙군 장군이던 워싱턴이 대륙회의 대표 2명과 함께 벳시를 찾아왔다. 준비해간 도안을 보고 국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벳시는 워싱턴 일행과 뒷마당에 둘러앉아 국기 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일부를 수정해 첫 성조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벳시 로스 전설이다.
이 이야기는 100년쯤 후 벳시의 손자가 공개해 한동안 정설처럼 회자되었지만 역사가들이 아무리 뒤져도 근거가 없는 것이 흠이다. 그보다는 당시 변호사이자 시인이며 화가였고 미합중국 독립선언문 서명자중의 한사람이었던 합킨슨이 만들었다는 설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가 만들었든 성조기가 상징하는 바는 같을 것이다. 지난 96년 ‘국기의 날’ 클린턴은 성조기를 ‘자유와 정의의 횃불’이라고 표현했다. 유례에 없이 불붙고 있는 ‘자유와 정의의 횃불’, 그‘소리없는 아우성’에서 미국의 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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