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캐스팅돼 그 해 12월에 촬영에 들어갔으니까 햇수로는 3년, 방송으로는 꼬박 2년인 셈입니다. 200회 방송되는 동안 5번 정도 빠지고 모두 나왔습니다. 정말 지난 2년은 서인석이 아니라 견훤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달 말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KBS 1TV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극본이환경ㆍ연출 김종선)에서 서인석(53)이 보여준 견훤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는 견훤, 그 자체였다. 시청자들은 1,000년 전 견훤의 모습을 그에게서 보았다.
궁예 김영철이나 왕건 최수종처럼 비록 연기대상은 타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에 매료돼 주말과 휴일 밤 1시간을 그에게 기꺼이 투자했다.
한 때 30%대까지 떨어졌던 <태조 왕건> 시청률도 그와 자식 신검의 갈등이 본격 묘사되면서 40% 중반대로 껑충 뛰었다. 방송 27년째, 연기 37년째인 그가 지난 2년간 살아온 견훤의 족적을 돌아본다.
■ 내 마음대로 연기했다
서인석은 사극을 할만큼 했다. <객주> <토지> <삼국기> <한명회> <동의보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만 <태조 왕건>처럼 ‘제 멋대로’ 해본 적은 없다.
지난 해 6월 궁예가 죽으면서 극의 중심을 이어 받은 서인석은 중압감이 엄청 났다. 시청률은 곤두박질쳤고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나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아내까지 죽이면서 카리스마를 휘둘렀던 궁예의 연기에 맞서 새롭게 보여줄 연기가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오버액션.
평범하게 해도 될 연기를 몸짓 어투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 과장된 연기를 보였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에게 낯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해를 얻기 시작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연기하는 게 신났어요. 양아치 연기도 해 보고 오버액션도 해 보고… 말 그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했어요. 한 두 번 내 멋대로 하니까 감독도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군요. 작가도 내 연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대본도 그렇게 써 주더군요.”
최근 드라마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서인석은 아자개 흉내(?)까지 냈다. 신검이 견훤의 모습을 쫓아 하는 것에 힌트를 얻어 아자개-견훤-신검으로 이어지는 견훤가 3대의 코믹하면서도 아집이 드러나는 연기를 펼쳐 보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냈다.
■ 드라마가 끝나면
서인석은 <태조왕건>을 끝내면 ‘낮술이나 실컷 마시고 싶다’고 한다. 그토록 좋아하는 술도 끊은 지 벌써 몇 개월이 됐는지 모를 정도다. 대사량이 많게는 세 쪽이나 되다 보니 입에 댈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날 때가되니 출연 섭외가 쇄도하고 있다. 사극 현대극 가리지 않고 들어 오고 있으나 그의 결심은 단호하다. ‘내시라면 모를까 사극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견훤 인상이 너무 강해 되도록이면 현대극에 출연하려고 한다. 모 방송사에서 일일극을 제의해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처음에는 푹 쉬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럴 형편도 아닌 것 같아요.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달려갈 생각입니다. 혹시 거들먹거리다가 퇴짜맞으면 어떡해요. 일할 수 있을때 열심히 살아야지요”
■ 욕심이 있다면
서인석은 최우수 연기상을 세 번이나 탔다. 이번 견훤역으로도 대상에서 미끄러지면서 최우수 연기상에 그쳤다. 그래서 꼭 연기 대상을 한 번 타 보는 게 그의 연기 인생 37년의 숙원이다.
“상복도 지지리도 없어요” 그의 투덜대는 목소리에는 다음에는 꼭 연기 대상을 거머쥐겠다는 각오가 넘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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