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권정희 편집위원>
‘쓸데없는 걱정’‘안해도 될 근심’을 우리는 흔히 ‘기우’라는 말로 표현한다.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준말로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나오는 이야기, “기나라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둘 곳이 없음을 걱정한 나머지 침식을 전폐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점점 고층화해서 보통 20층을 넘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그런데도 그 높은 곳에서 태연히 잠을 잘수 있는 것은 20층이든 30층이든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혹 누군가 아파트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면 그것이 바로 ‘기우’가 되는 것이다.
그런 기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갑자기 고민이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미국의 고층아파트 거주자들이다. 지난 주말부터 연방정부가 연이어 겁주는 경고들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담아두기도 안담아 두기도 께름직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9일 딕 체니 부통령이 “9.11 참사를 능가하는 테러공격이 분명 있기는 있을 텐데, 그것이 언제인가가 문제”라고 운을 떼더니, 연방수사국장이 이를 이어 받아 “테러 공격이 또 있을 텐데, 그걸 우리가 막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런 위험을 안고 살수밖에 없다”는 식의 경고를 했다. 그러면서 짚어낸 것이 고층아파트이다.
FBI는 “테러리스트들이 고층아파트를 빌려서 그 안에 폭발물을 잔뜩 채워 넣은후 폭파시켜 건물을 무너트리는 방법을 쓸 것 같다”며 뉴욕 등지의 고층아파트 소유주와 매니저들에게 경고를 했다니 입주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층 아파트가 드문 LA에서는 4,300여 유닛이 밀집해 있는 12층의 팍 라브레아가 가장 눈에 띄는 고층아파트 단지이다. 입주자중 30-40%가 한인이어서 한인 아파트촌에 가깝다. 40대의 한 한인 여성 입주자는 말한다.
“솔직히 겁나요. 입주자중 수상한 사람이 없나 유심히 살펴보라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건물 구조상 바로 옆집이 아니면 같은 층 사람들도 서로 얼굴을 모르거든요”
한편 연방정부가 슬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 한인들도 없지 않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제든 테러공격이 있을 거다 같은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는가. 9.11사건으로 부시가 궁지에 몰려 있을 때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온게 수상쩍다”-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맞불 작전’을 쓴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번 테러첩보에 제대로 대처 안했다고 추궁받게 되니까, 이번에는 일찌감치 ‘우리 경고했다’고 선수치느라 이러는 거다”- 일종의 ‘보험 들기’란 해석이다.
해석이야 어떠하든 테러가 없어야 할텐데, 미국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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