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에 들러 전직 현직 언론계 인사들과 저녁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누구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되다 결국 화제의 초점은 정치에 맞추어졌다. 나는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물었다.
"노무현 바람이 민주당의 국민경선 후보선출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는데 그건 DJ 스타일이 아니잖아? DJ는 후계자를 자신이 직접 챙기고 싶었을 텐데…"
"요즘 DJ가 옛날 DJ가 아니야. 그의 말이 먹히지를 않아. 힘없는 대통령이 후보 선정에 잘못 끼여들면 망신당하기 쉽지. 통치력이 극도로 약해지면 국민경선제도 이외에는 바람을 일으킬 방법이 없어."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일치 단결하여 떠받들면 힘이 생길텐데."
"무슨 소리. 정치판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야. 이제 DJ는 그런 힘이 없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하기가 어렵게 됐지.”
"권노갑씨는 왜 구속이 됐지? 실세중의 실세가 5,000만원 때문에 구속된 것은 어딘가 좀 이해가 안 돼.” "집안 싸움이지 뭐. 호남세력, 집권세력 내에서 전쟁이 일어난 거야. 그래서 자꾸 스캔들 정보가 밖으로 새고. 그 사람을 그냥 놔두고는 민주당이 새로운 변화를 할 수도 없고. 뒤에서 콩 놔라 팥 놔라 하는데 당이 제 길로 가겠어? 또 잠시 입도 막는 겸해서 격리 수용한 것 같아. 그래서 5,000만원짜리로 가볍게 입건한 게 아닌가 보고 있지."
"홍걸이 문제는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그 젊은 친구 얼굴만 보고 기업인들이 수십억원씩 내놓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데…"
"뒤에 누가 있었겠지. 그 선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날에는 복잡하니까 홍걸이를 빨리 구속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흔적이 있어."
"홍업이도 구속하나? 대통령 아들을 둘씩이나 구속할 만큼 검찰이 배짱이 있나?"
"둘씩이라니? 셋이 될지도 모르는 형편인데. 미리 매맞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야. 다음 정권 때 파헤쳐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지.”
"왕자의 난은 무슨 소리야?"
"홍걸이는 DJ와 이희호 여사 사이에 난 유일한 아들이지. 아무래도 형들과 거리가 있게 마련인데 오히려 이 거리감 때문에 형들이 적극적으로 동생이 최규선에 말려드는 것을 막지 못한 것 같아. 난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봐라. 이렇게 된 모양이더군. 왕자의 난까지는 아니고."
"노풍은 어떻게 된 거야? 거품인가?"
"민주당이 어떻게 세운 정당인데. 동교동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노무현 후보에게 당을 넘겨주겠어? 텃세가 세지. 손발이 안 맞으면 물에 젖은 나무나 마찬가지야. 아무리 불을 당겨도 붙지를 않아. 노씨가 화병에 걸리게 됐지."
"이회창 후보는 이제 매 다 맞은 건가?"
"진짜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민주당이 막판에 가서 터뜨릴 모양이야."
"그게 뭔데?" "아들 병역문제와 세풍이야. 새로운 내용이 터지는 날엔 이 후보에게 타격이 좀 있을 걸."
"노 후보 섹스스캔들 어쩌고 하는 건 뭐야?"
"그건 뭐 별것 아니고 역시 노무현이 넘어야 할 고지는 색깔 검증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회창 쪽에서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모양이야. 노 후보의 아킬레스건이지."
"두 사람에 대한 국민 지지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국민들은 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표정들이야. DJ 보기 싫어 이회창 찍는다, 이회창 보기 싫어 노무현 찍는다.
이런 식의 선거가 될 거야. 누가 마음에 들어 표 찍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보기 싫어 상대방을 찍는 기형적인 선거가 될 거라구. 당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그 현상이 나타날 걸. 노무현이 너무 자신 있게 앞서 간 것 같아.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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