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철학적 종교적 문제다. 인간에게 선악을 선택할 자유가 없다면 천당과 지옥은 물론이고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인간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던 것이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뉴턴의 3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면 역시 물질로 이뤄진 인간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 계몽철학자 중에는 우주를 ‘신이 감아 놓은 태엽시계’로, 인간을 ‘살과 뼈로 이뤄진 기계’로 보고 인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환상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까지 나왔다.
인간을 ‘유전자와 환경의 노예’로 보는 생각은 지금도 사회 또는 자연과학자들 사이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모든 현상을 인과율로 엮어 보편 법칙을 도출해내려는 과학자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을 동물의 일종으로 보는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인간은 역사라는 대세에 떠밀려 다니는 잡초로 생각하는 결정론적 역사관이 그 예이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물질이 과연 인과율의 지배를 받느냐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의 등장과 함께 소립자의 세계는 자유로움이 넘치는 곳임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물질이 근본적으로 자유롭다면 인간의 자유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게 된다. 자유가 있는 곳에 예측 불가능의 세계가 있고 놀라움이 있다.
전 대회 우승국이자 세계 최강에 랭크된 프랑스가 우루과이와 비겨 우승은커녕 보따리를 싸야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월드컵에 처음 나온 무명 세네갈이 프랑스를 꺾은 것이나 한국이 폴란드를 짓뭉갠 것, 미국이 포르투갈을 박살낸 것 모두 예상을 깨지 않은 것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중도 탈락하고 세네갈과 한국, 미국이 16강에 오르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게 생겼다. 포르투갈은 유럽 예선 최다 득점 팀으로 우승 후보로까지 점쳐진 팀이다. 정말 ‘공은 차 봐야 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회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각본대로 짜여진 게임처럼 재미없는 것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진행되는 삶은 지루하다. 저명한 사가 J. M. 로버츠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놀랄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인생은 돌발사태 투성이다. 축구와 인생은 그래서 재미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