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하늘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 그리고 운전 기사가 틀어 놓은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볼리우드 뮤직의 묘한 조화 속에, 덜컹거리는 침대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달려간다. 인도의 어디를 가나 알록달록한 꽃들과 향내가 가득하지만, 남인도는 유난히 붉은 꽃들과 푸른 바다가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남인도의 작은 주 ‘고아’. 아름다운 낭만의 해변, 특히 칠십 년대 히피들이 나체욕을 즐겼다는 고아 해변 푸른 물에 지친 발을 적신 후, 우리는 더 깊은 남쪽으로 내려갔다.
아루나찰라.
아루나찰라는 인도인들이 옛날 부터 시바(Shiva) 신의 현현으로 여긴 성스러운 산이다. 작은 마을 뒷산 처럼 편안하게 생긴 아루나찰라.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 산은 서너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기에 족하다. 내 마음 속에 늘 자리한 그의 고요한 눈빛을 그리며, 아침 저녁으로 그 산길을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라마나 마하리쉬 아쉬람에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미리 한두 달 전 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정보에 무딘 우리는 주변의 작은 아쉬람에서 한동안 머물기로 했다.
라마나 마하르쉬는 어릴 적의 영적 체험이후, 홀로 아루나찰라 산으로 들어갔다. 그 산 아래 동굴에 머물며, 먹고 자는 것을 벗어나 깊은 삼매에들어 홀연 깨달음을 증득한 후, 1950년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산문 밖을 나가지 않을 정도로 그 산을 사랑했다. 무명에 가려진 나의 눈으로 볼 때 그는 분명히 섬광같은 무언가를 어느 순간 증득했다. 그러나 그의 표현에 의하면, 깨달음이 새롭게 증득해야 할 무엇이라면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얻은 것은 언제인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또 그는 말한다.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만이 영원히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깨닫지 못했다는 생각만 버리면, 거기에 언제나 존재하던 깨달음을 볼 수 있다. 마치 방 가득 채우고 있던 물건들을 치워버리면, 텅빈 공간 만이 존재하는 것 처럼.
마하리쉬는 새벽 세시면 대중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채소를 다듬고, 그리고 아침식사 후에는 아루나찰라 산을 한 바퀴 돈다. 그의 일상에 어느 하나 특별한 행동은 없다. 단지 늘 평온을 잃지 않는 것, 무엇을 하되 무엇을 하는지 알고있는 것이 다른 점이랄까.
오후에 누군가 그를 찾아와 깨달음에 대해 물으면, 가능한 그는 침묵으로 가르쳤지만, 굳이 알이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깨달음을 묻는 자는 누구인가 라고 반문하며, ‘나는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생각이 달아나지 않도록 하라고 말해 준다.
단지 내 안을 뚜렷이 바라 보는 일.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일인가. 그런데 나는 왜 자아 밖의 것에만 눈을 돌리는 것일까. 기억하는가. 나의 참 자아가 깨달음이며 그것은 나의 다른 이름이다.
하얗고 달콤한 꽃들이 소리없이 떨어지고, 공작 새들이 화려한 날개를 펴는 고요한 오후의 아쉬람. 도띠(허리에 두르는 천 조각) 하나 두르고, 고요히 앉아 침묵의 힘을 내 뿜는 걸림 없는 그가 그립다.
지금의 나의 이름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아루나는 아루나찰라의 줄임말 이기도 하고, 산스크리트어 로는 이른 아침 또는 태양 이라는 뜻 이기도 하다. 그 산이 나에게 준 이름 아루나.
진정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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