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스타인 연루 의혹 일파만파
▶ “트럼프, 외설 편지 보냈다”
▶ WSJ 보도에 명예훼손 손배소
▶ 증언 공개도 요청하며 결백 호소
▶ MAGA는 “특검 임명” 반발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연방 법무장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하며 미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정적으로 돌아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다시금 높이는 모양새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WSJ 기자 2명과 WSJ 발행사인 다우존스, 모회사 뉴스코퍼레이션과 창립자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00억 달러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훼손 배상 청구 금액이다.
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장난스럽고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는 굵은 마커를 쓴 손 그림으로 보이는 나체 여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타이핑된 글자들이 들어가 있다.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 편지가 가짜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WSJ이 “허위이고 악의적이며 명예훼손인 기사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퍼트와 그의 친구들이 이 사건에서 제공해야 할 수많은 증언과 진술 시간을 기대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억만장자 금융인이었던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등의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당시 사인은 자살로 발표됐지만 타살 음모론과 함께 유력 인사들이 연계된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WSJ의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반발했고 법적 공방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에 대해 다우존스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우존스 측은 이날 성명에서 “보도의 철저함과 정확성을 전적으로 확신하며 어떤 소송에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머독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머독은 ‘친트럼프 매체’로 불리는 폭스뉴스의 대주주로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언론 간 밀월 관계가 악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정가에서는 엡스타인의 성 추문과 관련해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가 있다는 주장과, 사인이 타살이라는 음모론이 재부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내부의 분열이 초래됐다. 특히 엡스타인의 ‘리스트’ 존재를 부정한 팸 본디 법무장관의 최근 발언은 그런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듯이 말했던 그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어울렸고, 플로리다에서는 이웃으로 지내기도 했다.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제프를 15년 동안 알고 있고,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며 “그는 나만큼 아름다운 여성들을 좋아한다고도 하는데, 그 중 많은 이들이 젊은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엔 “엡스타인이 처음 체포되기 전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며 “15년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의 팬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배심 증언 공개까지 언급하며 결백을 호소했으나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그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 진영과 공화당 내부에서 나오는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엡스타인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연방정부의 공식 발표에 반발하며 ‘마가’ 모자를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가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로라 루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소모해버릴 수 있다”며 특별검사를 즉시 임명하라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 불렸던 머스크 CEO는 정부의 감세 정책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다. 최근 창당까지 선언한 머스크 CEO는 엡스타인 이슈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16일부터 사흘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35건 이상 게시했다. 그는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발표에 대해 “명백한 은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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