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생물체 중 가장 인간의 부러움을 산 동물은 아마 새일 것이다. 유유히 땅 위를 굽어보며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솔개의 모습은 평생의 대부분을 지상 수 피트 내에서 보내야 하는 인간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 만 하다.
누가 가장 먼저 하늘을 날았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기원 전 1000년 연을 처음으로 발명한 중국인들이 척후병을 연에 태워 적병을 감시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도 중국 여행을 하면서 연을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고 적고 있다.
하늘을 날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그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1162년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의 한 시민이 돛으로 날개를 만들어 달고 탑 위에서 뛰어내렸다가 추락사한 일이 있다. 1536년에는 데니스 볼로르라는 프랑스 사람이 스프링 장치를 이용, 새처럼 날개 짓 하는 기계를 지고 날아 보려다 스프링이 고장나는 바람에 역시 사망했다.
이처럼 여러 명이 희생된 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새처럼 날개 짓을 해서는 안되고 부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됐다. 새의 몸무게와 날개와 비슷한 비율로 인간의 몸무게에 맞춘 날개를 만든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새가 나는 모습을 관찰해 현대적 감각으로 비행기를 첫 디자인한 사람은 16세기 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이론적으로는 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음에도 실제 비행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산업 혁명과 내연기관의 발명을 기다려야 했다. 부력을 주기에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해 낸 것이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다. 자전거 수선공이던 이들은 1903년 12월 17일 자신이 만든 엔진을 부착한 비행기로 첫 비행에 성공했다. 불과 12초, 120 피트라는 짧은 거리였지만 동력을 이용한 첫 비행이라는 역사적 위업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올해는 인간이 첫 비행에 성공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항공 여행은 이제 대중 교통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테러와 SARS 등으로 비행기 회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지금처럼 비행기 타기 좋은 시절은 없다. 웹사이트를 잘 뒤져보면 LA-유럽 왕복 항공료 400달러, 뉴욕 등 동부 200달러면 살 수 있다. 지난 100년 간 현저히 값이 내려간 건 비행기 표 값밖에 없는 것 같다. 거기다 태반이 비어서 가기 때문에 이코노미를 끊어도 비교적 편히 갈 수 있다.
메모리얼 연휴와 함께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돌아왔다. 테러와 SARS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출퇴근하다 교통 사고가 날 가능성에 비하면 미미하다. 일상 잡사를 잊고 하늘을 날아 멀리 훌쩍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