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에 퇴비를 주고 흙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시작했던 뒷마당 텃밭에는 몇 가지 종류의 채소가 제법 크게 자라고 있다. 해가 많이 들지 않아서 혹은 흙이나 씨가 좋지 않아서 몇 가지 채소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씨 뿌리기를 여러 번 했어야 했다. 그래도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하면 그 대가가 너무나도 큰 것이어서 자연 앞에 늘 감사해 하지만 말이다.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밭 전용이 아니고 나무, 풀 등이 자라는 정원에 여기저기 자투리 땅을 이용하는 것이라 생명력이 강한 풀 혹은 잡초들의 위협이 언제나 있다. 또 다듬고 난 채소, 음식물 찌꺼기로 만들었던 퇴비가 숙성이 덜 된 상태에서 밭에 뿌려진 탓에 여기저기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싹들이 같이 올라 왔다. 처음에는 잡초인지 내가 뿌린 채소 씨앗에서 올라 온 싹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는 살려고 애쓰는 게 안쓰러워, 잡초를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여러 번 고민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 라는 책을 읽으면서 밭에 난 잡초들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난 신바람이 나기 시작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황대권님은 잡초라는 부정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말 대신 야생초라는 말을 사용한다.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잡초하나 없이 정갈하게 다듬어진 정원이나, 규격(?)에 맞추어 꽃병에 꽃꽂이(!) 되어 있는 꽃들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나에겐, 야생초가 함께 자라는 밭이 훨씬 정감이 간다. 야생초가 함께 자라는 밭!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에 여유가 느껴지는지
실제로 야생초 편지에서 황대권님은 야생초와 채소를 함께 기르는 것이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약재로도 많이 쓰이는 야생초를 먹음으로써 얻는 건강 뿐만 아니라 자연과 공생하면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점 등에 있어서도. 흥미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야생초와 함께 하는 자연농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연농법을 연구하고 또 실천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꼭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이다.황대권님처럼 나도 내 밭을 꿈꿔 본다. 몇 백 평쯤 되는 땅에 한 작물만이 아닌 백 여 가지쯤 되는 야생초를 포함한 작물을 가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먹거리도 차(茶)거리도 얻는 자연과 더욱 하나가 되는 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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