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가고 그 곳에서는 이 세상에서와 같은 죽음이 없습니다” “누구나 목숨이 다하면 육신을 벗어버리고 떠나지만 크리스천은 이 순간 영원한 천국으로 가는 것이니 어찌 보면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고인이 유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름 아니라 예수를 믿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생활하라는 것일 겁니다”
대형한인교회의 목사가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 영혼의 ‘천국입성’을 기원하며, 눈물 흘리는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행한 강론 중 일부를 뽑은 것이다. 크리스천은 물론 무슬림이나 불교도에게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일종의 덕담이다. 이승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가는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하는 것은 인류의 전통이니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게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죽은 뒤 지옥에 던져집니다” “지옥에서는 죽을 수도 없고 영원히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합니다”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예수를 믿어야 합니다” “마귀에게서 벗어나 지옥의 고통을 면해야 합니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간다는 긍정적인 권면이 아니라 예수를 믿지 않았을 때 당하는 비극에 대해 주안점을 둔 부정적 경고다. 선거철만 되면 지겹게 보는 소위 ‘네거티브 캠페인’을 연상케 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얘기지만 예수의 사랑과 징벌을 뒤범벅 했다.
실상 문제는 강론 내용이 아니라 그 장소였다. 강론을 들으려는 신도들이 모인 교회예배당이나 부흥회장이 아니라 종교에 관계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려는 사람들이 모인 장례식장이었다는 점이다. 강론도중 장례식에 참석한 스님 2명이 불편했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고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이 목사의 강론대로라면 스님들은 마귀의 손아귀에서 있는 ‘지옥행 예비자’로 지목된 셈이니 아무리 도를 닦은 불제자라고 해도 무척 불편했을 것이다.
“섬뜩한 지옥 얘기를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지나쳤다” “목사가 스님들을 타겟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모두들 검은 정장차림이라 종교가 구별이 안되고 유독 승복을 한 2명만 눈에 띄었으니 당사자들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란 게 참석자들의 ‘관전평’이다.
“예수의 가르침의 본질은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지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게 아니다. 더구나 바쁜 시간을 쪼개 고인을 위해 온 사람들에게 그런 것은 목회자 신분을 떠나서라도 너무 비 크리스천스럽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목사도 사회공동체의 일원이다. 사회인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문화인이어야 한다. 목사라는 직함이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마구 할 수 있는 ‘라이센스’라고 여긴다면 오늘 밤 다락방 명상을 권하고 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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