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시. 어김없이 마이크씨네 잔디 깍는 기계는 돌아가고 있다.
어디 앞마당에서 돌아가는 모터가 마이크 아저씨네 뿐이겠는가? 격 주로 치러지고 있는 가장들의 시험인 셈이다. 공개된 성적표처럼 집앞의 잔디는 그 집의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내 버리고 만다. 중간 집 아저씨의 연애 상황표도 잔디가 말해 주었다.
드디어, 누군가를 만났다는 건 넘실거리던 푸른 물결이 자취를 감췄을 때 알려졌고, 그녀가 저녁을 먹으러 왔다는 것은 현관에 즐비하게 놓여진 화분들이 일러줬다. 그리고, 다시 잔디가 무성해 지고 있다. 요철처럼 튀어나온 한뼘의 잔디가 지금 아저씨가 목하 열애 중임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안에서 첫 번째로 미국을 이해한 것은 잔디의 의미였다.
출근은 8시에 하지만 퇴근은 언제할 지 모르는 한국의 직장생활. 화려한 밤 시간이 없는 자는 매번 승진에서 고배를 마셔야하는 현실. 로비하는 법을 배우기엔 너무 뻣뻣한 여사원은 그저 쉼없이 일만해야 한다. 더불어 외국어 실력을 닦거나 학위라도 하나 더 받지 않고서는 낙오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건 성차별을 알리고자함이 아니라, 그만큼 한국의 밤이 갖는 생산의 의미를 전하려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또 한 가정이 한국을 떠난다고 한다. 회사에 빼앗긴 가장을 찾을 수 있는 길은 미국행 뿐이라는 항변과 더불어 아이에게 영어라는 무기를 채워주고 싶다고.
이럴 때면 한국의 집집마다에 잔디를 심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도 7시만 되면 조용해지는 미국의 밤거리처럼 잠잠해 질 수 있을까? 밤12시, 비틀거리며 도로를 가로질러 택시를 잡는 그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을 것도 갔다. 적어도 잔디를 깍으면서는 자기를 낮추고 강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또 모여서 2차 3차 떠돌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셀러리맨의 꿈인 아파트에 잔디는 어불성설이고 건강한 인력의 해외유출을 막는 제대로 된 해법이 생겼으면 한다. 너무도 귀한 인재들이 우리의 땅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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