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없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삶인지 남편으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할 겁니다”
아이에아 한글학교 고가현자(본명:허현자, 59)교장은 요즘 하와이 한인커뮤니티에서 ‘자원봉사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바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한글학교에서 학생들의 한글지도와 LCC 강단에서 ‘한국드라마의 이해’라는 강의 외에도 로컬 교사들이 주축이 된 ‘탈렌트 류시원 팬클럽’ 모임의 자문역으로 한국의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는데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호놀룰루 시청에서 열린 이민100주년기념사업 일환으로 개막된 사진전과 한국 전통공예전시회 및 태극부채전시회’추진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 외에도 한인 노인들을 위한 ‘영정사진촬영’도 사비를 들여 개최해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이렇듯 많은 자원봉사 활동으로 바쁜 허교장 주위를 유심히 관찰하면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부인의 일을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남편 게릭 고가(63)씨를 발견할 수 있다.
결혼생활 36년째인 이들 부부의 인연은 1966년 대구에서 시작된다.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군대입대가 연기되었다가 결국 징집되어 한국으로 간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남편 고가씨의 말대로 이들의 만남은 하나님에 의해 이미 예정되어 있어 보였다.
당시 한국은 말 그대로 형편없이 가난한 나라였다.
“가난하고 누추한 옷차림의 아이들을 보고 괜시리 미안한 심정에 울었다”는 고가씨는 그때부터 동료 군인 한명과 틈나는대로 고아원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고 한다.
고가씨의 그런 생활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허교장의 친척분이 두사람의 만남을 주선 해 이듬해 결혼으로 골인했다. 결혼과 함께 하와이로 온 허교장에게 신혼생활은 그리 녹녹하진 않았다. 언어문제와 문화적 차이로 외로운 적도 많았으나 그때마다 남편의 자상하고 든든한 외조가 있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허교장은 하와이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고 1981년부터 밀릴라니 하이스쿨에서 한글학교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얼을 알리는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일본계 3세인 남편 고가씨는 ‘도래인’ 즉 백제계 후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주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잡일을 중심으로 부인의 일을 틈나는대로 돕다가 은퇴한 이후부터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다. 고가씨는“한국인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사업수완도 좋으나 자신만을 위해서 일하지 함께 일하는 것을 못한다”며 “함께 일한다면 한국 커뮤니티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또한 고가씨는 “한인 2세, 3세들이 점점 한국의 얼을 잊어버리고 있는데 이민 100주년을 기회로 한국인의 얼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욕심도 없고 욕망도 없이 그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남편의 모습이 존경스럽다”며 허교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일을 묵묵히 도와주고 있는 인생의 동지이자 스승인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인터뷰 내내 표출했다.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고 알리는 것이 즐겁다”는 고가부부의 한국문화 알리기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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