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이 1일 다 잡은 고기를 김병현 때문에 놓쳤다. 김병현은 1일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디비젼 시리즈 1차전에서 9회말 구원등판하여 팀의 4-3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병현으로서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첫 타자 헤르난데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김병현은 다음 타자(다이)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연이어 맥밀리언을 데드볼로 내보낸 김병현은 후속타자 엘리스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웠으나 감독의 신임은 이미 김병현에게서 떠난 뒤였다. 리틀 감독은 좌타자 두라조가 등장하자 주저없이 김병현을 빼고 좌완 엠브리로 대신했다.
두라조는 앰브리의 공을 보란듯이 두둘겨 김병현에게는 자책점이 된 동점 타점으로 김병현의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김병현으로서는 아쉬운 한판이었다. 싱커도 좋았고 구위도 좋았으나 콘트롤이 좋지 않았다.
김병현의 이번 세이브 실패는 2년전 월드 시리즈 당시 동점홈런을 허용했을 때 보다 더욱 그 충격의 파급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그래도 김병현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정적이었다. 리그는 초년병 김병현이 월드 시리즈같은 대경기에서 끝마무리를 담당하는 것은 다소 무리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D벡스가 결국 우승, 김병현의 멍든 가슴은 월드시리즈 반지로 다소 무마될 수 있었다. 이번 A’s전에서의 실패는 홈런 포도 아니었고, 안타를 얻어맞은 것도 아니었으나 보스턴의 이번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감에 견주어 볼 때 역적행위나 다름 없었다.
보스턴은 올 리그 최강 방망이를 휘두르며 몇십년에 한번 찾아올까말까하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믿고 있었다. 만약 이번 보스턴이 1차전 통과에 실패한다면 그 죄가 김병현에 볼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보스턴은 페드로 마티네즈에 의해 다 잡은 고기를 사실상 김병현 때문에 놓쳤다. 물론 한 선수에게 경기의 성패를 전담시킨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김병현은 올 보스턴의 뒷마무리를 책임질 최후의 보루이다. 2년전 애송이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김병현은 이날 팀의 사활이 걸려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성급한 악투, 폭투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강판 뒤 덕아웃에서 감독을 원망하는 듯한 표정등은 도무지 대 선수답지 못했다.
위대한 선수는 가장 위급한 순간에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김병현의 무너짐은 곧 보스턴 전체의 초상집을 의미한다. 김병현은 자신의 남은 메이저리그의 생명을 위해서도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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