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선<주부>
모든 것이 풍족한 미국이라지만 늘 나로 하여금 허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한국말로 쓰여진 글들의 부족이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여 그것이 천지사방에 있을 때에는 귀한지 모르더니 부족한 상황에 이르니 어느새 불평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한국에서 오는 책이며 작은 소식지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얼마전에도 반갑고 고마운 이들이 작은 소식지를 보내왔다. 표지까지 다 합하여 16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소식지였지만 나는 그걸 받아든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고, 그 이후에도 눈에만 띄면 몇 번이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에게 삶의 작은 활력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 작은 소식지에 평소 존경하는 이재철 목사님의 좋은 글귀가 있어 여기 옮겨 본다.
[통독 이전 베를린은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에 의해 동서로 분단되어 있었다. 그 장벽 한 가운데 동서로 통하는 검문소가 있었는데, 미군 관할의 서 베를린 쪽 검문소의 공식 명칭은 ‘체크포인트 찰리’였다. 통독 이후 동쪽 검문소는 철거되었지만, ‘체크포인트 찰리’는 자유의상징으로 그대로 보존되었다. 근처 기념관에는 동독 시민들이 자유를 찾아 죽음의 장벽을 넘기 위해 벌였던 사투가 사진과 기록 필름 그리고 문자로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 중 유독 시선을 끄는 포스터가 있었는데, 처절한 사진이나 자극적인 구호와는 거리가 먼 그 포스터엔 단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Tokyo(동경) 8,913km
Peking(북경) 7,699km
Moskau(모스코바) 1,605km
Warshau(바르샤바) 520km
Berlin(베를린) 1 Schritt(아인 슈리트: 한 발자국)
겨우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지만 그러나 그 짧은 거리가 지구 반대편 동경보다 더 멀기만 했던, 당시의 비극적 분단 상황을 호소하는 더 없이 좋은 포스터였다.]
우리의 마음에도 겨우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반대편만큼이나 멀게만 느끼고 있는 관계가 있다. 남편과 아내가 그러할 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 그리고, 친구,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벽으로 인해 한 발자국만 디디면 다가설 수 있는 것을 불행히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숱하다. 연말이라 여기저기 파티다 망년회다 바쁘지만, 지난 1년 동안 서로가 쌓은 마음의 장벽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이들과의 담을 허물고 마음의 한 발자국을 떼어본다면 다가오는 새해는 어느 때보다도 희망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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