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희<교수>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문학을 위해서 선택한 전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다보니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은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외로운 유학생 시절 고독을 달래고 나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 시작한 글 쓰는 일이 이제는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과 나의 생각을 나누는 수단이 되었다.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썼던 글은 편지글일 것이다. 컴퓨터가 발달하고 전자우편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예쁜 엽서나 편지지를 모았다가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나의 취미 생활이었다. 때로는 종이학이나 시구(詩句)를 적은 마른 은행잎을 함께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내가 꼭 지키는 수칙이 하나 있었다.
밤에 적은 편지를 그대로 봉투에 넣어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읽지 않고 바로 우체통에 넣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써 내려간 편지는 아침에 보면 정말 유치하고 부끄러워서 부치지 못한 경험을 몇 번 한 후로는 반드시 쓴 것을 바로 봉투에 넣어 다시 읽어보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이 되었던 것이다.
전자우편이 보편화되면서부터는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는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드물어졌다. 이제는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편지가 아닌 나의 글을 읽을 수많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꼭 글을 쓴 후에 다시 읽어보고 남편에게 의견까지 묻고는 글을 보낸다.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글을 내놓는다는 것은 내 자신을 발가벗기는 것과 같은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과거와 추억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생각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도 나의 글을 통하여 드러나게 된다.
부족하지만 이제는 글을 부탁받아 써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좋은 삶을 살라고 하신 H 소설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 삶이 묻어나는 따뜻한 글을 쓰기 위해서 오늘도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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