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선<주부>
나에겐 두 부류의 친구들이 있는데,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그 분류의 잣대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두 부류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미혼의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직장과 동료얘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 얘기, 애인 얘기 등을 나누는 반면, 기혼 즉 아줌마 친구들을 만나면 남편 얘기, 시댁 얘기, 아이 얘기 그리고, 세 끼 식단을 무엇으로 하는가 하는 얘기를 주로 나누게 된다. 그리고 아직 초보자의 ‘초’자도 떼지 못한 나와 같은 아줌마에겐 그 중에서도 세 끼 식단을 무엇으로 하는가가 가장 큰 얘기 꺼리다. 그런데, 요즘 아줌마들 사이에 얘기 꺼리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바로 ‘광우병’이라는 아직은 낯설지만 알 수 없는 엄청난 공포감을 조성하는 무서운 병에 대한 얘긴데, 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들에겐 여간 어려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광우병에 감염된 소들이 유통된 지역에 캘리포니아가 포함된다는 뉴스는 염려와 함께
찝찝함을 더해준다. 언론의 보도와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광우병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본 결과 소의 골(뇌), 등골(척수), 눈을 직접 먹지 않았을 경우 사람에게까지 이 병이 감염될 확률은 거의 천문학적 수치로 낮다고 하지만, 갈비집을 포함한 여러 한인 식당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염려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이 병에 대한 치료제도 없을뿐더러 5~40년의 잠복기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드물게는 유전도 될 수 있다고 하니 언제까지 소고기의 섭취를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기이한 병이 나타나 21세기 첨단 의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위협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는데 문득 한국에서 십여 년 전부터 무심히 듣던 ‘신토불이(身土不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또, 풀을 뜯어 먹고 살도록 되어 있는 소에게 양고기를 억지로 먹이며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준엄한 보복이라는 누군가의 주장도 떠올랐다. 그리고, 언젠가 TV 뉴스에서 보았던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도 생각났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수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모습으로 픽픽 쓰러지는 모습까지 눈에 보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떨쳐 버리고자 머리를 흔드는데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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